[2004 혁신의 현장] (1) 리노공업 ‥ 직원은 스타…사장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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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성장이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라는 어설픈 이상주의는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자를 양산할 뿐이다.
소득 2만달러 달성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통한 성장에서 비롯되는 것.
그 비결은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와 원가 절감이다.
국내 기업의 혁신 사례를 집중 조명하는 '다시 성장이다…2004 혁신의 현장'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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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녹산공단에 위치한 리노공업.
이 회사 3층의 식당에 들어서면 인테리어와 분위기 자체가 도무지 일반 기업의 식당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최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식당 벽을 빙 돌아가며 그려져 있는 인물 벽화.모든 직원들의 캐리커처다.
직원들 캐리커처 사이에는 장나라 안재모 등 인기 스타들의 것도 섞여 있다.
웨이터 복장의 캐리커처는 이 회사 이채윤 사장.
직원들과 스타들이 어울려 카페에 앉아 있고 이 사장이 서빙하는 장면이다.
"스타가 따로 있냐,여러분 모두가 스타지."
종업원 모두가 스타다. 이 사장은 그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매니저 역할을 할 뿐이다.
◆"스타가 따로 있냐"
"최 주임은 우리회사 간판스타잖아.저들보다 못할 게 뭐가 있어."
지난 1998년 7월,이 사장은 일본 도쿄의 세계적 반도체 검사용 프로브 핀 생산업체인 시마노를 찾았다.
이 사장과 동행한 사람은 프로브 핀 개발을 담당하던 최희철 과장(당시 주임).
공고를 막 졸업한 신출내기였다.
최 과장은 "시마노의 석·박사급 엔지니어들 어깨 너머로 정밀 기술을 체득할 수 있었던 데는 '리노공업의 간판스타'라는 자부심을 심어준 이 사장의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최 과장은 리노공업의 초정밀 가공 분야 핵심 엔지니어로 명실상부한 회사의 스타로 자리잡았다.
30여개국에 수출하는 프로브 핀 개발을 주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거꾸로 일본 업체의 엔지니어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최 과장뿐만 아니다.
리노공업에는 '스타덤'에 오른 무수한 직원들이 있다.
◆"스타덤에 올라라"
리노공업은 고교졸업자들이 주축을 이룬 회사다.
최근 석사 등 고학력자들이 가세했지만 여전히 80%에 가까운 인원이 고졸이다.
리노공업이 이 같은 인력 구성으로도 고속 성장을 일궈낸 데는 이 사장의 독특한 '스타덤(Stardom) 지론'이 뒷받침됐다.
회사는 직원들을 스타로 키운다.
그 지위에 걸맞은 혜택과 기회를 제공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막강한 권한을 얻은 만큼 성과와 책임을 요구받는다.
복지 수준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고급스러운 식당도 그렇지만 회사의 모든 시설이 호텔 수준이다.
유명 남녀 모델 사진이 남·여 표시를 대신하는 화장실은 이 사장이 신라호텔 등 국내 고급 호텔 화장실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 벤치마킹했다.
모든 변기에 비데까지 설치돼 있을 정도다.
◆생산성의 원천은 역시 '사람'
회사 전면에 위치한 골프 연습장과 퍼팅장,실내 탁구장,당구장 등 직원 휴식시설과 조경은 업계에 소문이 자자하다.
생산라인도 고급 사무실 수준이다.
휴식시설도 못지 않다.
조명과 습도 온도가 늘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동화돼 있다.
리노공업 직원들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국내 출장에도 비행기를 타는 게 원칙이다.
업무효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출장도 따로 결재를 맡을 필요가 없다.
보고만 하면 어디든지,언제든지 갈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의 원천은 자본과 설비보다는 사람에게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철저하다.
지난해 말 직원들은 목표 초과 달성에 따라 1인당 평균 1천만원이 넘는 연말 상여금을 탔다.
그만큼 모든 직원들은 '스타'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부산=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