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다시 본다] 인도 : (1) HP 인도지사에서 회계처리 총괄

뉴델리에 있는 네루대 한국어과 사무실에 최근 방갈로르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요지는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보내달라"는 것. 발송자는 다국적기업 휴렛팩커드(HP)의 인도지사다. HP인디아가 한국어교육 담당자를 급히 구할려는 이유는 뭘까. HP는 3년전 방갈로르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설립했다. 채권추심 등 다른 기업들이 수행하는 BPO관련 업무 외에 HP만의 독특한 업무를 위해서였다. 다름아닌 세계 40여개국에 흩어져 있는 HP지사의 회계처리를 총괄하는 업무다. 예컨대 한국HP가 사내용으로 커피자판기 한 대를 구입했다고 치자. 자판기 판매상으로부터 대금청구서를 받은 한국HP는 대금을 직접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이 청구서를 스캐닝해 디지털 화일로 전환, HP인디아에 전송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HP인디아가 증빙서류 확인과 회계장부 기재 절차를 거친 뒤 한국의 자판기판매상의 은행계좌에 대금을 넣어준다. 거꾸로 한국HP가 프린터 등 자사제품을 판매해 대금을 받은 뒤 입금내역을 HP인디아에 보내고 HP인디아는 이를 매출채권과 상계시켜 장부정리를 끝낸다. 이 과정에서 한국HP로부터 넘어온 한국어표시 영수증을 읽거나 문의사항이 있어 한국HP직원과 의사 소통이 필요할 경우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HP인디아는 한국인 1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의 한국어 구사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인도전문 웹사이트(www.gate4india.com)를 운영하고 있는 김응기 사장은 "최근 한국기업들이 인도에서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력의 몸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HP 뿐만 아니다. 미국 유럽 등지의 HP지사도 회계 처리는 모두 인도에 맡긴다. 결국 전세계 HP지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의 회계장부 기장업무가 HP인디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HP가 경리부를 인도에 두고 있는 셈이다. 한국HP 이성열 부장은 "인도에선 모든 작업이 3교대로 24시간 풀가동되는데다 임금도 미국 영국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해 10배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방갈로르=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