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르네상스시대] (3) '길음ㆍ미아 복합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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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도로와 줄 지어선 낡은 건물들.
그리고 허름한 점집과 미아리 텍사스촌.
길음·미아 일대는 서울 낙후지역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진다.
예전엔 정릉천을 흐르는 물소리가 맑고 곱다고해서 '길음(吉音)'이란 동네이름이 붙어졌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난잡한 도시로 전락했다.
하지만 3∼4년 후엔 매력있는 도시로 탈바꿈할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길음동 등 3개 지역이 뉴타운 사업지구로, 하월곡동 일대는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선정된데 이어 이 일대가 '자족형 복합도시' 시범 사업지구로 뽑혔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길음ㆍ미아 일대는 시의 '강북 리모델링' 계획을 총망라한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곳"이라며 "앞으로 25개 뉴타운 및 20개 균형발전촉진지구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시금석이 되는 곳인 만큼 서울시도 개발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직장ㆍ집ㆍ편의시설이 한데 모인 '자족 도시'로
서울시가 길음ㆍ미아 일대 3백80만평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본격 추진키로 한 '자족형 복합도시'란 중심생활권 반경 3km 내에 집과 직장 상업시설 생활편의시설 교육시설을 모두 입주시켜 독자적인 도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길음ㆍ미아 지역의 경우 △주거기능은 길음 미아 정릉 등 3개 뉴타운이 맡고 △직장 및 상업기능은 미아 균형발전촉진지구가 담당하며 △교육 문화 생활편의시설은 시가 들여와 이들을 상호 연계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얘기다.
지역 발전의 걸림돌인 미아리텍사스촌도 시와 구의 주도로 헐린다.
이 지역에 예정된 대규모 사업 중 첫번째 테이프는 오는 2007년까지 길음ㆍ정릉동 일대 28만여평에 조성되는 길음 뉴타운 사업이 끊는다.
길음 뉴타운의 테마는 교육과 환경이다.
시는 이 곳을 '강북 제일의 교육단지'로 만들기 위해 뉴타운 중심부에 자립형 사립고를 유치하는 한편 길음역 부근 1만3천㎡에 강남구 대치동과 맞먹는 학원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 '친환경 단지'로 꾸미기 위해 △단지 내 녹지비율을 25∼30%까지 높이고 △단지 내 차량 통행을 최소화해 보행자들이 안심하고 걷도록 할 계획이다.
◆ 경전철 또는 BRT 도입으로 교통난 해결
극심한 교통 체증을 풀지 못할 경우 미아 자족도시는 '계획적 난개발'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도심과 연결된 유일한 간선도로인 도봉로에는 강북ㆍ도봉ㆍ노원구와 경기 북부 주민 수십만명이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활성화'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경전철 또는 광역급행버스(BRT)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시는 민간 컨소시엄이 제안한 경전철(우이동∼미아동∼솔샘길∼정릉∼성신여대역∼신설동ㆍ10.7㎞) 건설 방안을 발전시켜 경전철 또는 BRT 전용도로를 지하철 1ㆍ2ㆍ5호선과 분당선(2008년 개통 예정)이 만나는 왕십리역까지 연장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반기중 신교통 도입여부와 노선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경전철이나 BRT가 도입될 경우 이 곳에서 도심이나 강남으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는 또 버스 운행속도를 2배 가량 높이기 위해 오는 7월 도봉ㆍ미아로에 버스중앙전용차로를 운행키로 하고 조만간 미아고가도로를 철거하기로 했다.
◆ "대기업 오면 경제특구 대접해 주겠다"
미아 자족도시의 성공여부는 결국 '강남 및 도심에 있는 대기업 본사를 몇 개나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게 서울시의 시각이다.
뉴타운 사업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직장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 '반쪽짜리 자족도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길음ㆍ미아 일대가 제대로 된 직장 하나 못 갖춘 대규모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경우 교통문제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까지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는 대기업 사옥이 몇 개만 들어와도 이런 문제가 상당부분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해당 대기업의 계열사와 관계사들까지 옮겨와 강북의 부도심이 되면 직(職)ㆍ주(住)로 인한 출퇴근 인구가 줄어 교통난이 완화되고 주변 상권개발도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