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트렌드] '왕좌' 내준 백화점 명품化로 승부수

70여년간 한국 유통시장의 왕좌로 군림했던 백화점. 지난해 백화점은 할인점에 유통 지존의 자리를 내줬다. 아쉽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왕좌에서 밀려난 백화점은 2004년엔 어떤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설까. 업계는 상품과 서비스의 명품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일본에서 수년 전부터 등장한 '삼십(30)화점'이란 말은 위기에 놓인 우리 백화점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삼십화점이란 백화점이 선별된 명품으로만 매장을 꾸미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 예전처럼 이것저것 취급하다간 할인점이나 온라인 유통업태와의 경쟁에서 영원히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올해에도 할인점과 경쟁 관계에 있는 상품은 더욱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백화점이 아니면 내놓을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발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백화점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우수고객을 어떻게 관리하고 창출하느냐도 시급한 과제다. 롯데백화점이 올 하반기 옛 한빛은행 건물에 개점하는 명품관이나 갤러리아백화점이 압구정동 패션관을 전면 리뉴얼하는 것은 백화점 명품화 전략의 단면이다. 롯데는 소공동 명품관이 강남지역에 빼앗긴 명품 시장의 주도권을 강북 상권으로 되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 잡화에 국한됐던 명품전략은 식품매장과 가전매장 등 백화점의 비주력 부문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이 지난해 말 식품매장에 20평짜리 유기농 편집매장을 오픈한 것이 좋은 예다. 이곳에선 4백65가지 품목의 유기 농산물, 친환경 공산품 등이 일반 제품보다 최고 4배까지 비싸게 팔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패션과 잡화는 물론 식품 생활용품 등 백화점이 판매하는 전 상품군에서 명품화와 고급화를 끝없이 추구하는 것만이 백화점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