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관리 수단이 없다
입력
수정
콜시장에서 한국은행의 통제권 밖에 있는 2금융권의 거래비중이 80%대로 높아짐에 따라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관련 법규 개정으로 '우체국예금'까지 콜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돼 한은의 통화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한은 관계자는 "하루 콜거래 금액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체국예금까지 콜시장에 가세하면 통화정책의 효과는 예전에 비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 늘어나는 통화정책 사각지대
지난해 국내 은행간 하루 평균 콜거래액(콜론+콜머니)은 4조5천9백억원으로 전체 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6%에 그쳤다.
한은이 지급준비금(지준) 관리를 통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는 거래대상 금액이 전체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반면 투자신탁 신용카드 등 2금융권과 은행간 거래비중은 43.2%, 2금융권간 거래비중은 33.3%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돼 지준의무가 있는 은행간 거래비중은 최근 들어 20% 미만으로 줄었고 2금융권이 개입된 거래는 80%를 웃돌고 있다.
현재 콜시장에는 은행 투신 증권 신용카드 등 7백여개 금융회사가 참여, 초단기자금을 조달(콜머니)하거나 빌려주고(콜론) 있다.
◆ 새로운 변수, 우체국예금
지난해 12월31일 국회에서 '우체국예금ㆍ보험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우체국예금의 콜시장 참여가 조만간 가시화할 전망이다.
아직 금융감독위원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 있지만 법적 토대가 마련된 만큼 우체국예금의 콜시장 등장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김영린 금융감독원 비은행총괄팀장은 "자금 동원력이 큰 우체국예금이 콜시장에 들어오면 금융시장이나 한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예금의 수익성도 무시할 수 없는 고려사항이기 때문에 콜론(빌려주는 것)만 허용하는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체국의 전체 예금규모는 약 30조원.
이 중 하루 평균 2조원가량이 콜거래에 활용돼 전체 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육박할 것으로 한은은 추정하고 있다.
◆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이처럼 낮아진 통화정책의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하나는 콜시장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
다른 하나는 2금융권의 콜머니 등을 '예금'으로 규정, 은행처럼 지준 부과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콜시장 참가 여부는 금감위가 결정하는 사안이므로 조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예금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지준율이나 지준대상 범위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