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파워] 테크노 CEO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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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은 테크노 CEO 시대'
새해 갑신년은 세계적으로 테크노 CEO가 주목받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테크노 CEO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적응하고 이를 경영에 접목시킬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테크노 파워들은 기업 경영 뿐아니라 국가 경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경우 테크노크라트(technocrat:기술 관료)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거대한 대륙을 이끌며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산업과 기술 분야를 맡고있는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3개 부처의 장관이 모두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한국의 미래는 테크노 CEO들이 역량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크노 CEO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 주역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선정한 차세대 이동통신,디스플레이,지능형 로봇 등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이끌어 가는 것도 테크노 CEO들의 몫이다.
산업계 곳곳에 포진해 있는 유능한 테크노 CEO들이 미래 한국의 희망인 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테크노 CEO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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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의 전형적인 테크노 CEO로 평가된다.
그는 현대자동차를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 반열에 끌어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엔지니어로 현대자동차 CEO에 오른 건 그가 처음이다.
김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에 몸담고 있을 때 최초의 국산전차 개발에도 참여했다.
지난 2001년 현대자동차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그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기술 개발을 앞세운 품질 및 생산성 향상 운동을 집중적으로 펼쳤다.
그 결과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놀랄 만한 실적을 올렸다.
김 부회장은 오는 2010년까지 현대자동차를 세계 5대 업체로 성장시키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성재갑 LG석유화학 회장은 40년 동안 화학업계에 몸담아온 한국 화학산업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부산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장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화학 내 바이오텍 연구소,의약품 사업부 등을 운영하면서 한국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승인을 받은 팩티브 개발의 기반을 다졌다.
그는 지난 1989년 CEO에 올라 16년째 대기업 전문경영인으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성 회장은 "화학 강국이 세계 강국"이라며 "화학을 외면하면 영원히 약소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백우현 LG전자 사장은 '디지털 TV의 아버지'로 불린다.
미국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이 디지털 TV 기술 발전에 대한 백 사장의 공로를 인정해 붙인 별칭이다.
백 사장은 1998년 LG전자에 합류하기 전까지 퀄컴,제너럴 인스트루먼트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디지털 TV 분야를 파고 들었다.
그는 "테크노 CEO에게는 유망기술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는 판단력과 결단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백 사장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된 디지털 TV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사장은 하루에 17시간 일을 해 '일벌레'로 통한다.
그는 배 만드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는 테크노 CEO로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와 미국 MIT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선박건조회사인 리튼십시스템즈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대우조선 기술연구소장을 거쳐 현대중공업에서 선박해양연구소 산업기술연구소 기계전기연구소 등을 총괄하고 있다.
민 사장은 일등 상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온리 원(Only One)'원칙을 고집한다.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은 벤처기업인의 표상으로 꼽히고 있다.
장사장은 한국경제신문사와 과학기술부,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공동 제정한 '올해의 테크노 CEO'(중소기업 부문)로 지난 2002년에 선정됐다.
그는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지난 2000년부터 벤처기업협회장을 맡아오면서 침체된 벤처업계의 재도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터보테크는 주사업이던 컴퓨터 수치제어기기인 CNC에 통신을 접목시킨다는 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휴대폰 단말기 생산으로 사업 방향을 변경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은 연세대 전산과학과에서 석사를 받은 인터넷 벤처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인터넷을 새로운 세상을 여는 창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 사장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쇼핑몰 커뮤니티 등을 접목시키는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다음을 한국 최고의 포털사이트로 자리잡게 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미디어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미디어팀을 대폭 강화,오프라인 언론매체 못지않은 매체 파워를 키워가고 있다.
서지현 버추얼텍 사장은 정보기술(IT) 벤처업계의 대표적인 여성 CEO로 통한다.
지난 2001년 초 여성CEO로는 처음으로 기업을 코스닥에 등록시켜 벤처 갑부 반열에 오르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연세대 전산과학과를 1회 졸업한 서 사장은 지난 1991년 후배들과 PC 3대로 회사를 설립,인트라넷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 소프트웨어 업체로 키워냈다.
2002년에는 제지회사를 인수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서 사장은 최근 무선인터넷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