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다시 본다] 인도 : (3) IIT 입학은 '하늘의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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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딕 요기(17ㆍ뭄바이 자이힌드고등학교 1학년)의 얼굴엔 요즘 생기가 돈다.
대학진학을 2년 앞두고 어머니와 함께 담임선생님을 면담한 결과 더 이상 인도공과대학(IIT) 진학을 위한 시험준비를 따로 하지 않을 수 있게 돼서다.
담임선생님이 "인생의 황금기를 시험공부로 보내려 하느냐"며 극구 만류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전교 1∼2등은 해야 겨우 원서라도 내볼 수 있는 IIT 진학은 반에서 2∼3등하는 실력으론 도저히 무리라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그렇다고 하르딕의 귀가시간이 빨라진 것도 아니다.
8학년(중학교 3학년)때부터 시작한 과외로 1주일에 사흘은 자정을 넘겨 집에 들어온다.
하르딕의 어머니는 "고등학교 입학이 결정되자마자 좋은 과외 선생님을 모시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 다녔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하르딕은 10학년때 치른 전국공통시험에서 평균 88점을 받아 자이힌드 입학 커트라인을 통과했다.
그런데 수학 성적이 평균을 훨씬 밑돌았다.
공대지망생으로선 치명적인 흠이다.
과외선생님으로부터 퇴짜를 맞을 뻔 했지만 하르딕 어머니가 학교 성적을 들이대며 읍소작전을 편 뒤에야 간신히 과외수업에 끼일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연 과외비는 천정부지다.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부유층들이 가장 많이 산다는 금융도시 뭄바이의 경우 중학생은 과목당 1년치 수업료 1만5천루피(약 38만원), 고등학생은 2만루피(약 50만원)를 선불로 내야 된다.
영어문법 영문학 수학 화학 생물 등 다섯 과목을 수강하는 하르딕의 과외비는 연 10만루피(2백50만원).
인도 중산층 가장의 1년치 월급에 맞먹는 금액이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하르딕 역시 3개 언어를 구사한다.
부모들이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만큼 영어는 네이티브 수준이다.
초등학교 제2언어 시간에는 구자라티어를 배웠다.
아버지가 구자라티주 출신이어서 가문의 명맥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택했다.
인도 제1의 공용어 힌두어 강의는 1주에 한시간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자야티 고쉬 네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도의 교육열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적지 않지만 이같은 교육열이 IT 강국 도약에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뭄바이=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