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시대 열린다] (5) '비상 걸린 항공ㆍ고속버스'

고속철도 개통은 항공과 고속버스 업계엔 큰 '위협'이다. 정시에 출발하고 정시에 도착하는 '정시성'과 '안전성'에 '속도'까지 가미된 고속철도는 항공과 고속버스 이용 승객들을 흡수하면서 여객수송 분야에서 획기적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4월 경부고속철도가 1단계 개통되면 서울∼부산은 2시간40분, 서울∼대구는 1시간39분이 걸린다. 철도청은 경부ㆍ호남축에서 고속철이 교통 수요의 8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항공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서울∼대구 노선의 경우 폐지를 검토하는 등 노선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항공업계 =대한항공은 서울∼대구 노선은 하루 9편(왕복 18회)에서 2편으로, 서울∼부산은 29편(왕복 58회)에서 20편으로 운항 편수를 감축할 계획이다. 서울∼부산ㆍ대구의 경우 시간상으로는 항공기가 빠르지만 공항접근, 대기시간, 비용 등을 따지면 고속철도가 더 유리한 상황이다. 대한항공 최준집 전무는 "지방에서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인근 국가로 운항하는 국제선 노선 개발 등을 통한 수입보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대구 노선은 하루 8편(왕복 16회)에서 1편으로, 서울∼부산은 15편에서 10편으로, 간접영향권에 있는 노선은 20% 정도 운항 편수를 감축키로 올 사업계획에 반영했다. 아시아나는 국내선 감편에 따라 임차항공기 편수 자체를 줄일 계획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현재 16.6%인 국내선 항공권의 인터넷판매 비중을 높이는 등 인건비 부담을 줄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통개발연구원은 경부고속철도와 직접 경쟁하는 서울∼부산, 서울∼대구 노선에서 연간 7백억원 이상의 수입 감소를 예상했다. ◆ 고속버스 업계 =대전 대구 부산 등 중ㆍ장거리 고속버스 이용자의 약 40%가 고속철도로 흡수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진 한일 천일 코오롱 중앙 등 10개 고속버스 업체들은 공동으로 감편 계획을 짜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업계는 인터넷 위성TV를 즐길 수 있는 고급버스 도입 등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심야 고속버스 증편, 고속철이 닿지 않는 틈새시장 공략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김석균 이사장은 "경부축에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경쟁력없는 노선을 폐지하고 고속철 연계지역 등 새 노선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 항공ㆍ철도 연계망 구축 필요 =교통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운행시간이 3시간을 넘으면 항공의 경쟁력이 높아 철도 분담률은 40% 정도지만 운행시간이 3시간 가량이면 철도분담률이 60%로 높아지고 3시간 이내면 90% 수준으로 증가한다. 실제로 프랑스는 TGV 개통 이후 3시간 이내인 파리∼리옹(4백30km)간은 고속철도 점유율이 90%, 스페인도 마드리드∼세비아(4백71km)간에서 8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항공업체로선 고속철도가 경쟁력 있는 구간에서 정기항공편을 폐지 또는 감축하고 장거리수송에 집중하는 것이 살 길로 꼽힌다. 교통개발연구원 이재훈 철도교통연구실장은 "항공사와 철도는 상호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고속철도를 인천공항과 연결, 연계수송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프랑스의 경우 파리 드골공항과 북유럽선이 연결돼 고속철도로 브뤼셀에서 파리공항까지 이동후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외고속버스의 경우 노선조정 자율화를 허용해 수요변화에 대응하는 노선을 개발하고 이용자 감소에 따른 잉여차량의 대체 운행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