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업종 따라잡기] 즉석 쌀 판매점 '미(米)사랑인들 이경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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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FTA)의 소용돌이 속에 쌀이 '애물단지'취급을 받은지 오래다.
하지만 사업성을 놓고보면 쌀만한게 없다.
현대판 '미곡 거상'을 자처하는 '미(米)사랑인들'의 이경완 대표(41)가 6년전부터 품어온 생각이다.
그는 지난 한햇동안 20개 직영점포를 통해 3천t의 쌀을 팔았다.
쌀의 사업성에 대한 근거는 많다.
식생활패턴이 바뀌고 있지만 한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주식은 밥이다.
웰빙(Well-being) 바람과 함께 '맛있고 영양가 높은 쌀'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부쩍 늘고 있다.
이 대표가 쌀에서 사업성을 발견한 것은 일본출장을 통해서다.
지난 98년 이랜드에 사직서를 낼때까지 물류팀장을 맡았던 그는 일본출장이 잦았다.
흰쌀이 아니라 현미(벼를 탈곡한 쌀)로 유통되는 일본의 경우 오래전부터 즉석 쌀 판매점이 성행하고 있었다.
즉석 쌀 판매점은 흰쌀을 파는게 아니라 고객의 취향에 맞게 즉석에서 현미를 정미해주는 곳을 말한다.
정미 단계는 12분도까지 나뉜다.
분도수를 낮게 정미하면 맛은 다소 깔깔한 대신 현미에 함유된 영양소 파괴가 적다.
이 대표는 지난 99년초 본격적으로 쌀 사업에 착수했다.
몇번의 일본 출장을 통해 사업성을 조사해보니 한국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섰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벌이자니 돈이 만만찮게 들었다.
점포를 열려면 현미공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모든 벼가 농협의 도정공장을 거쳐 백미로 가공된 후에야 유통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현미를 조달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생계형 창업자금 4천만원을 대출받고 부족한 돈은 친척에게 빌렸다.
김포에 60평 부지의 현미공장부터 만들었다.
이 대표의 수완덕택에 총 소요자금은 임대보증금 5백만원으로 해결됐다.
4천여만원을 웃도는 일본산 현미기계는 1년 분납조건으로 외상매입했기 때문이다.
그 해 3월께 서울 목동에 7평남짓의 1호점을 열었다.
점포보증금(3천만원)과 인테리어비,정미기계 등 집기구입비로 총 4천5백만원이 투입됐다.
초기에는 예상치 못했던 난관들이 많았다.
당시는 벼의 품종이 구별되지 않은채 마구잡이로 유통되던 시절이다.
상품구색을 맞추려면 직접 트럭을 몰고 다니며 고품종 벼를 일일이 사들여야 했다.
현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제로(0)에 가까웠다.
없던 시장을 창조해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인내를 요구했다.
점포를 내기 위해 백화점과 할인점을 뚫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사업을 시작할 때의 확신도 흔들렸다.
하지만 전단지 등 홍보를 통해 현미와 즉석정미 효과를 꾸준히 홍보했다.
특히 쌀도 사과와 같은 신선식품으로 규정해 도정후 2주내에 섭취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집중 홍보한게 소비자들 사이에 차차 먹혀들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쌀겨를 벗겨낸 백미는 7일이 지나면 산화가 시작되고 15일 지나면 쌀의 맛과 영양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강조한다.
10kg 이상은 절대 팔지 않는 한정판매제를 점포 운영 철칙으로 정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개점 첫달 6백만원을 기록했던 매출이 가파르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
재구매율이 1백%에 달할 정도로 고객로열티가 높은 점이 고무적이었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이 대표는 정미 서비스료 명목으로 일반 백미에 비해 10%정도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목동점의 월 매출은 3천만원수준으로 급상승했다.
백화점 할인점 등에 숍인숍 형태로 개점한 점포수만도 20개에 달한다.
이들 점포의 규모라야 2∼3평정도.
하지만 점포들의 매출을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다.
지난달 한 할인점의 직영점 최고 매출이 8천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20개 직영점을 통한 지난해 총 매출액은 약 40억원.
'미사랑인들'은 자본금 4억원의 법인체로 전환됐으며 직원수도 13명으로 늘었다.
직영점의 마진율은 30% 이상이다.
이 대표는 미사랑에서 파는 쌀의 가격 경쟁력과 높은 마진율의 비밀을 털어놨다.
일반 쌀(백미)가격의 약 5%는 도정료.
도정을 하면서 쌀의 양도 8%가량 줄어든다.
미사랑인들은 자체 공장에서 벼를 탈곡하고 즉석에서 정미해주기 때문에 이런 원가 상승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
쌀 외에 선식과 된장 고추장 등 순수 자연식품을 상품 목록에 추가한 점도 수익증대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가맹점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글=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