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다시 본다] 인도 : (4) 'SOC 건설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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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 시내 한복판 '코넛 플레이스'.
서울의 광화문 네거리에 해당하는 이 곳에선 지하철공사가 한창이다.
도로 곳곳에서 굴착공사가 벌어지고 그 사이로 등짐을 진 인파와 오토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 사이클릭샤(자전거를 이용해 만든 일종의 택시) 등이 갖은 소음을 내며 분주하게 오고간다.
"무질서해 보이기는 하지만 잠에 취해 있던 인도 대륙이 드디어 잠에서 깨어났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는 모습입니다."(윤창현 삼성전자 인도법인장)
비단 수도 뉴델리 뿐만이 아니다.
인도 전역에 걸쳐 SOC(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반도 전체가 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중에서도 인도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고속도로 및 항만 건설과 전력 공급 확대.
IT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 제조업 기반을 넓혀 나가기 위해서는 외자유치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물류망 확충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의 SOC는 한국의 60년대 수준이다.
"뉴델리에서 뭄바이까지는 1천3백㎞입니다. 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상품이나 원자재 수송에 3일이나 걸려서는 곤란하지요. 게다가 뭄바이항에 도착해서 물건을 선적하려면 또 4∼5일은 기다려야 합니다. 전기료는 어떻고요. 태국과 비교하면 30%나 비쌉니다. 그나마도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지역이 많습니다."(김광로 LG전자 부사장ㆍ인도법인장)
인도 정부가 가장 먼저 손을 댄 분야는 도로건설.
인도 정부는 지난 98년10월 주요 산업 및 무역거점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NHDP(국가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계획의 골자는 전국을 종횡, 사각으로 연결하는 3개의 초장거리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것.
뉴델리 뭄바이 첸나이 콜카타 등 4개 도시를 연결하는 총 연장 5천8백46㎞의 순환고속도로(일명 황금 4각형ㆍGolden Quadrilateral)와 남북(4천㎞)ㆍ동서(3천3백㎞) 고속도로가 바로 그것.
건설비만도 각각 52억, 34억, 29억달러가 소요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다.
이중 '황금 4각형' 순환고속도로는 올해말 개통 예정이다.
당초 지난해말 완공이 목표였지만 늦어졌다.
남북ㆍ동서 고속도로는 이제 시작단계로 2009년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고속도로 건설에 얼마나 한창인지는 날마다 11㎞씩 도로가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잘 입증해 준다.
물론 이들 고속도로가 완공된다고 해서 물류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림산업 임태환 인도법인장은 "인도 도로는 전장 3백30만㎞로 규모면에서는 세계 2위이지만 이 가운데 고속도로는 19만5천㎞에 불과하고 일반 국도의 절반 가량은 비포장도로"라며 "NHDP가 완성되더라도 닦아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인도 정부도 교통량 증가율(연간 10%)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도로 증가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은 항만.
인도는 7천5백여㎞의 긴 해안선에 걸쳐 12개 대형 항구와 1백80여개 중소규모 항구를 두고 있다.
이들 항구에서 연간 3억4천만t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지만 대부분 화물처리시설이 부족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는 해운물량이 오는 2006년 6억5천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2012년까지 모두 2백25억달러를 투입, 항만을 대대적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도 인프라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전력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인도의 대표적 IT(정보기술)기업 위프로의 아짐 프렘지 회장이 고객과 상담을 하는 한시간동안 네번이나 정전이 돼 당황했다는 일화는 열악한 인도 전력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도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 따르면 전기 부족량이 12∼13%나 됩니다. 정전이 되지 않아야 하고 전압과 주파수가 일정해야 하는 등 전기의 품질까지 고려하면 전기 부족량은 20%에 달하죠. 지역에 따라서는 이 수치가 30%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요."(정병학 대우건설 인도법인장)
인도는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10만㎿인 발전용량을 오는 2012년까지 20만㎿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갈수록 높아지는 가전제품 보급률과 매년 6∼7%의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전력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력부문 구조개혁을 위한 외국인투자 유인책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전력시장에 경쟁원리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발전 및 송ㆍ배전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인도 국영기업에 10%의 혜택을 부여하는 가격우대정책(PPP)을 폐지키로 결정했다.
인도경제인연합회 수닐 칸트 문잘 부회장은 "인도가 지난 91년 자유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이후 열악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평가받아야 한다"며 "계획대로 인프라가 갖춰지면 인도는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기반으로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이공계 인력이 충분하고 소비시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사회간접자본만 뒷받침된다면 외국기업은 얼마든지 끌어들일 수 있다"고 그는 자신했다.
뉴델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