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LG카드와 LTCM 처리 .. 趙全赫 <인천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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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8월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1998년 8월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지급불능 사태 발생, 1998년 9월 뉴욕연방준비은행이 LTCM 자금지원 결정.'
미국 금융당국의 신속한 사태 대응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LG카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들썩인지도 벌써 1년이 돼간다.
그런데 그 처리방안이 아직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다만 청산이냐 회생이냐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서는 회생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LG카드사를 회생시켜야 되겠다는 판단은 결국 이 사태가 우리나라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와 관련돼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이같은 판단을 하기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 카드산업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는 이 문제가 금융권 전체를 불안케 할 폭탄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었다.
커다란 국민경제적 이슈와 관련해서 그동안 필자가 관찰한 정부대응의 공식이 있다.
먼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리고 문제가 표면화될 때까지 기다린다.
언론에서 빅 이슈로 다루기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정부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여론이 무르익기를 기다려 수습에 나선다.
전형적인 '정치적 대응과정'을 따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항상 필요 이상의 비용을 치러 왔다.
금번 LG카드 사태도 이 공식에 희한하게 맞아떨어진다.
카드산업의 불안은 지난해 초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그 동안의 진행과정을 되돌아 보자.다중채무자,현금서비스 돌려 막기,출혈경쟁에 따른 부실 등 카드산업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의 여파로 카드채 시장이 요동친다.
지난해 중반, 카드사들의 대규모 증자에도 불구하고 카드산업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LG카드 지원과 관련해 여론 확인용 대주주 책임론이 또 제기된다.
LG카드의 현금서비스가 중단된다.
카드사용자들의 신용불량이 크게 늘어난다.
전체 금융권으로 리스크가 확대된다.
마침내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선다.
금융시장의 파급효과 면에서 LG카드 사태는 LTCM의 파산위기 사태와 그리 다르지 않다.
즉 둘 다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 전체 금융시장에 심각한 불안을 드리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당시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관련은행장들을 불러 신속히 구제금융을 이끌어냈다.
때문에 당시 총재는 의회청문회에 불려가기까지 했다.
시장경제의 메카라는 미국에서, 그 것도 월가에서 일개 금융회사의 파산위기와 관련해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결정이 그렇게 쉽고도 신속하게 이루어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LTCM이 파산위기에 몰렸을 때 월가의 채권은행들은 자기 돈을 적게 떼일 궁리에만 골몰했다.
그러나 모든 채권은행이 미시적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해당은행은 결국 더 큰 손실을 입을 뿐만 아니라 파산의 여파가 전체 금융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컸다.
시장실패가 예상될 때,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원리'다.
금번 LG카드 사태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라는 측면에서 LTCM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LTCM의 경우, 사태의 여파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조기진화하려는 미 금융당국의 역할이 돋보였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버리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구제금융에 참여한 월가 채권은행단 역시 책임있고 성숙한 금융기관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위주로 한 공동관리' 방향으로 LG카드 사태에 대한 처리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역시 채권은행들간에 지원분담과 관련해 조정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누구나 '최소한의 부담'만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시간은 지나간다.
그러나 '최소한의 부담과 최대한의 시간'은 결국 금융시장의 모든 참여자에게 더 많은 비용과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정부는 이런 비용과 희생을 조기에 예방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