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가경쟁력은 영재교육에서..鄭泰翼 <駐 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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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내놓고 말하려 하지 않으나 역사가 입증하는 원리가 있다.
인류문명의 발달은 다수의 범재(凡才)가 아닌 소수의 영재(英才)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오늘의 세계 조류를 대변하는 화두는 무한경쟁이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것이다.
첨단산업이 승패를 가르는 현재의 고도산업사회에 있어 경쟁력의 열쇠는 지력(知力)이다.
그래서 영재가 절대 필요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를 갖는 것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얘기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한사람의 창조적 영재가 이루어 낼 수 있는 성과의 크기를 보여준다.
잠재적 영재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모두가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영국 독일 핀란드 등 선진국들이 좋은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이스라엘 대만 싱가포르도 일찍부터 영재 교육의 중요성에 눈 떴다.
러시아도 성공 사례에 속한다.
지난해 개교 40주년을 맞은 모스크바 소재 콜모고로프 과학고등학교의 예를 보자.1963년 러시아 최초의 과학영재 교육기관으로 설립돼 그동안 7천여명의 인재를 배출했다.
모스크바 대학 부속으로 돼 있어 대학교수의 지도를 받는다.
선발도 학생이 학교를 찾은 것이 아니라 교사·교수 등이 각지를 돌며 영재를 발굴한다.
무시험 전형으로 입학하므로 입시를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며,모든 학생에게 기숙사 혜택과 장학금이 주어진다.
감성의 함양을 위해 방과후 연극 발레 미술감상을 권장하고 경비를 지원하며, 매년 교사와 학생이 함께 캠프에 참여해 사회성과 협동심을 키우기도 한다.
병역도 면제된다.
이러한 영재교육기관은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 우랄지역의 예카테린부르크에도 설치돼 있으며 그동안 수만명의 과학영재들을 배출하면서 러시아가 기초과학·공학·우주항공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차지하는 기초가 됐다.
1957년 인류최초의 인공위성 스프튜니크 발사, 오늘날의 무인 스페이스 셔틀 운행이 눈부신 성과의 상징이다.
영재교육기관이 아닌 일반계 고등학교(쉬콜라)에서도 수학 물리 외국어 예능 등의 분야에 특기를 가진 학생을 위한 별도 과정을 편성하고 있으며 무시험 전형으로 동일계 대학으로 진학시켜 낭비요인을 줄이고 있다.
모스크바 2번 학교, 57번 학교, 91번 학교는 콜모고로프 과학고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는다.
러시아는 고등교육에 있어서도 '특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공학 항공 철도 에너지 경영 법학 등 단과대학으로 편성해 그 분야에서 '최고'를 지향케 하며 이를 위해 평가 및 보상 체계를 연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평등의식이 강하다.
시장경제와 경쟁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우수한 인재에 그들 능력에 맞는 '특별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한다.
모두가 똑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그래서 소수의 영재를 위한 교육이 발붙이기 어렵다.
그러나 '기회의 평등'과 '능력의 평등'이 혼동돼서는 안된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넘치는 인재, 미래의 아인슈타인과 에디슨을 발굴하고 이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런 교육환경이 갖춰져야 창의적인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그래야 우리는 무한경쟁시대의 승자로 남을 수 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1999년 영재교육진흥법을 공포했으며 지난해에는 부산에 최초의 영재교육 기관을 발족시켰다.
지난해 여름 부산과학영재학교의 많은 학생이 콜모고로프 과학고 캠프에 참가, 러시아 영재교육의 현장을 체험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노보시비르스크 과학고와의 상호 방문, 정보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멀지않아 우리의 영재들이 한국의 경쟁력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려 번영의 시대를 열고 인류 문명의 진보에도 기여하게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