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자(孔子)의 '위선' .. 김덕중 <경원대 겸임교수>

김덕중 공자(孔子)가 병(兵)과 식(食),신(信) 가운데 최후로 '신'을 선택한 의도를 알 만하다. 국방과 경제보다 정부를 향한 민중의 신뢰를 더 강조함으로써 정치의 투명성을 역설한 걸로 보인다. 지금껏 사람들마다 공자의 이 잠언을 즐겨 인용,이를테면 배신(背信)의 정치를 경계해 오기도 했지만,가령 불법 대선자금 등의 문제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묻힌 듯한 근자의 한국정치 상황과 관련해서도 문제의 공자 어록은 또 한번 아주 유효하게 원용될 수 있음직하다. 전후 사정이 이렇듯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공자의 '위선' 운운하고 나선 까닭은 다름아니라 그가 자신의 전공이라 할 만한 정치철학을 강조하려던 끝에 '경제'를 정치의 하위개념으로 전락시킨 건 아득히 먼 옛 사람으로서의 무지(無知)였거나,아니면 '본심'을 은폐한 위선(僞善)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먹을 걸 몽땅 일실해 버린 인간에게,그래서 당장 생존을 위협받게 된 인류 앞에 그 어떤 정신적 가치도 무용할 것임은 자명하다. 말하자면 공자 등이 살다 간 세월은 정치과잉의 시대였다 할 만하고,오늘에 이르러서도 좀 후진(後進)의 사회일수록 좁은 의미의 정치,곧 직업정치 등의 부문이 과도하게 그 수위를 높여 경제를 비롯한 다른 분야들을 침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한국의 형편이 그 전형처럼 목격되고 있는 건 불행한 일이다. 정치가 너무 과잉되어 도처에 그 탁류를 뿜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으고 있듯,나도 경제가 정치의 인질로 포획되어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가령 FTA 체결이 불가피한 판에 농촌 유권자 표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의정 단상을 점거한 정치인 군상에 눈길을 주다 보면 새삼 가슴이 시리고,올해엔 정말 경제 회생에 힘쓸 것이란 대통령 신년사도 건성 귓등으로 흘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