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나눔 운동

서구 여러 나라의 사람들은 비록 중고품일지라도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생활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데도 좀처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서 쓰려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근검절약 정신은 이웃과의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가정들이 2∼3년마다 자기 집 앞마당에서 벌이는 차고세일(garage sale)이나 태그세일(tag sale)도 일종의 나눔행사라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생활용품 가격이 1달러 안팎인 것만 봐도 그렇다. 값을 붙일 수 없는 것들은 상자에 따로 모아 '공짜'라고 써두면 동네 아주머니와 아이들이 몰려와 필요한 물건을 골라 가곤 한다. 그래도 남는 물품은 구세군으로 보내 불우이웃에게 나눠 주도록 한다. 벼룩시장은 대규모 나눔의 장터다. 주로 주말에 장이 서는데 웬만한 집기 가구 전자제품은 모두 구할 수 있다. 주민들이 안쓰는 물건들을 모두 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돈 여유가 없는 이민자나 유학생들에게는 반갑기 그지없는 곳이다. 뉴욕 맨해튼의 소호는 문화 예술 낭만이 공존하는 거리인 데도 주말마다 벼룩시장이 서 이 자체가 명물로 자리잡았다. 호주 시드니의 패팅턴이나 뉴질랜드의 퀸스타운 호반에서 열리는 벼룩시장도 관광명소가 되었다. 온갖 용품들이 진열돼 있는 벼룩시장은 그 나라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나눔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물건을 기증받아 손질을 한 뒤 싼 값에 팔아 그 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가 얼마 전 명동에 11호점을 개설했다. 지난 한 해 수익금은 1억5천여만원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잠실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벼룩시장은 20여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벼룩시장에 대한 반응이 좋자 환경부는 올해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월 1회 이상 중고품시장을 열도록 유도하고 있으며,서울시도 지하철역 주변에 상설 중고품시장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경제에 보탬이 되고 환경도 살리는 나눔운동이 곳곳에서 성공을 거두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