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정부 "3750억 LG서 부담해야".. 막판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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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채권단의 막바지 압박=정부와 채권단은 이날 오전부터 LG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LG그룹이 LG카드의 대주주로서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하는 만큼의 책임은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LG그룹을 설득하기 위해 '추가 부실 책임의 한도를 3천7백50억원으로 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LG그룹은 이날 오후까지만해도 "일정한 부담은 하겠지만 이는 너무 많다"고 줄여줄 것을 요청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LG그룹의 추가부담 한도를 3천7백50억원(75%)으로 제시한 것은 전체 추가부담 규모를 5천억원(25%는 산업은행 부담)으로 상정한 것"이라며 "만일 추가부담 규모가 5천억원을 넘을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의 소지를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LG그룹의 입장=LG그룹은 이날 계열사 회장단회의를 열어 정부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한채 시간을 끌었다.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추가로 발생할 부실 규모에 대해 과도한 부담을 LG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이미 약속한 8천억원의 유동성 지원규모 중 3천억원에 대해서만 겨우 계열사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놓은 상태에서 대규모 추가지원은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채권단 내부 논란도 변수=정부와 채권단은 이날 산은 지분율을 25%로 높이자는 데 사실상 합의했다.
신규지원 규모를 종전과 마찬가지로 1조6천5백억원으로 유지하되,산업은행 분담금액을 5천억원에서 5천6백74억원으로 6백74억원 늘려 지분율을 22.5%에서 25%로 높이기로 했다.
다른 9개 은행은 6백74억원을 채권액에 따라 균등하게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산업은행 노조가 반발,산업은행 내의 의사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이사회 간담회를 열어 LG카드 정상화 지원방안을 논의하려고 했으나 "산은이 앞으로 입을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는 노조의 반발로 회의가 늦게까지 열리지 못했다.
외국계 펀드가 대주주인 외환은행과 한미은행도 복병으로 등장했다.
두 은행은 "어떤 조건이든 신규지원은 못한다"는 입장을 통보해 왔다.
두 은행에 배당된 금액은 각각 5백84억원과 3백34억원이다.
감독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여기까지 왔는데 판을 깰 수는 없다"며 "여차하면 두 은행을 공동관리에서 제외하는 방법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일 두 은행이 제외될 경우 다른 은행도 제외해 달라고 반발할 것이 분명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재연된 LG카드 유동성 위기=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던 LG카드는 마침내 자금이 바닥나 현금서비스를 중단했다.
LG카드는 이날 만기도래한 기업어음(CP) 1천1백25억원 등 5천5백억여원의 자금수요가 발생해 부도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1천억원의 CP를 보유하고 있던 우리은행이 만기를 하루 연장해주고 나머지 1백25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결제,가까스로 부도위기를 넘겼다.
LG카드는 9일에도 이날 연장된 자금 외에 △CP 9백65억원 △콜자금 상환 2백50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적립금 2천40억원 △가맹점 지급자금 8백32억원 등 총4천87억원이 필요하다.
이 중 CP를 결제할 수 있을지가 부도 여부를 가름할 관건이다.
만일 CP를 결제하지 못하면 LG카드는 1차부도를 내게 돼 다음 영업일인 오는 12일 최종 부도위기에 몰리게 된다.
따라서 9일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LG카드는 현금서비스를 계속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종부도 여부는 오는 12일까지로 미뤄져 채권단과 정부는 주말까지 협상시한을 벌 수 있게 됐다.
정구학·김수언·김용준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