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유아교육

박완서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에 보면 "일곱살이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일곱살(만6세)이면 상황 판단과 그에 따른 독자적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거니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로버트 폴검)는 얘기도 있다. 실제 지적 능력과 감성,생활습관과 학습태도,친구 사귀는 법을 비롯한 대인관계의 기초 등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건 대부분이 유아기(만3∼5세)에 형성된다고 한다. 때문에 유아교육은 모든 교육의 기본으로 중시되고 따라서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유아교육을 공교육 체제에 편입시켜 무상으로 실시해 왔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그동안 유아교육은 전적으로 부모에게 맡겨져 왔고 그 결과 유아 교육비가 전문대생 교육비와 맞먹거나 더 든다는 말까지 나왔다. 월평균 교육비는 10만∼20만원이지만 이는 순수 수업료로 특기 교육비 등을 더하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초·중·고교 교육비는 77년보다 10배 증가했지만 유아 교육비는 1백55배 늘어났다는 통계도 보인다(2002년 한국교육개발원). 게다가 보육기관 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시설 또한 열악한 곳이 많아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맥킨지보고서가 지난해 한국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육아부담을 꼽았을 정도다. 오죽하면 키우고 가르치기가 너무 힘들어 출산 자체를 기피한다는 말까지 생겼으랴.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2007년부터 만5세 어린이의 전면 무상교육이 실시되리라는 소식이다. 내년에 농어촌부터 시작돼 후년엔 중소도시, 내후년이면 대도시에서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놀이방 모두 무료로 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지원으로 어린이집과 놀이방 등 보육기관과 유치원이 늘어나면 저소득층 가정은 물론 맞벌이부부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단 이 정책이 실효를 거두자면 시설 확충은 물론 교육내용의 내실화가 필수적이다. 온갖 특기적성 교육만 판치는 사교육과 달리 다양한 경험을 통한 인성교육에 초점이 맞춰져야 함도 물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