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저축하자] (5) 저평가된 한국증시

한국증시에는 "저평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싸다는 의미다. 대우증권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한국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는 8.4배 수준이다. 대만(14배),홍콩(17배),싱가포르(15배)에 훨씬 못 미친다. 심지어 태국(10배)과 필리핀(12배)에도 크게 뒤져 있다.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홀대받고 있다는 뜻이다. 주가가 싸다는 건 투자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요인이다. 외국인의 한국시장 투자비중이 꾸준히 높아가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정작 한국증시의 주인인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는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단기수익에 급급할 뿐이다. 대박의 환상을 쫓거나,시장자체를 불신한다. 이는 증시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한국증시의 저평가 현상은 '투자의 문화'가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달라진 기업,변치 않는 투자자=한국증시를 말할 때 부정적 요인으로 △기업의 낮은 수익성 △경영의 불투명성 △지정학적 리스크 △주주중시 정책의 부재 등이 꼽힌다. 그러나 수익성과 지배구조 문제는 IMF 이후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POSCO 등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외환위기와 IT버블을 거치면서 상당수의 한국기업들은 이미 외형보다는 수익 중심의 경영체제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배당률 상승을 비롯해 자사주매입 및 소각 등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 반응하는 것은 외국인투자자 뿐이다. 국내기관과 개인투자자는 단기차익에 연연해 하고,기업가치보다는 소문에 더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며 "외국인에게 시장을 내주고 있는 중요한 요인 중하나는 바로 투자자들의 대박환상"이라고 말했다. ◆'투자문화'가 없다=국내 투자자들은 왜 주식시장을 외면할까. 전문가들은 투자경험,펀드매니저의 자질,주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교육시스템 등 여러가지를 거론했지만 그중 '투자문화의 부재'를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한 투자자문사의 대표는 "주식투자를 도박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이 같은 투기문화가 시장자체가 신뢰를 잃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데이트레이더가 극성을 부리고 선물옵션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등 단기매매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결국 투자자의 이탈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기업가치에 근거한 장기투자라는 투자원칙의 정립이 가장 시급하다"며 "한국증시가 저평가된 데는 국내투자자들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