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5人 과도 집단지도체제로

SK그룹이 손길승 회장의 구속에 따른 의사결정 공백상태를 메우기 위해 최태원 SK(주) 회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 5명으로 구성된 'SK경영협의회'를 11일 구성했다. 이 협의회는 최 회장과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황두열 SK(주) 부회장,김창근 SK(주) 사장,표문수 SK텔레콤 사장 등이 구성원으로 당분간 그룹 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주요 현안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 SK는 이날 서울 본사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하고 "흔들림 없는 경영을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단은 집단지도체제 SK 관계자는 "손 회장이 구속되긴 했지만 여전히 SK그룹 회장"이라며 "그룹 회장의 역할을 'SK경영협의회'가 당분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손 회장의 거취가 결정되기 전까지 그룹회장직을 공석으로 둔 상태에서 과도적으로 집단지도체제로 회사가 운영될 것임을 의미한다. 조정남 황두열 부회장 등 원로급 전문경영인이 있긴 하지만 역량 등을 감안할 때 이들이 손 회장의 자리를 대신하기에는 무리라는 내부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SK 관계자는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로 가며 향후 그룹체제는 상황 변화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경영체제 변화 고민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경영체제 문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의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소버린자산운용과 SK㈜의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어 투명경영 주주중시경영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어서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조세포탈 액수,피의자의 관여 정도와 법정형을 고려할 때 높은 처단형이 예상된다"고 지적,손 회장의 처벌 수위가 높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룹 내부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최 회장이 그룹회장직에 취임하고 '단독경영'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손 회장의 퇴진을 기정사실화 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손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벌인 지난 9일 주요 임원들과 함께 손 회장의 서초동 자택을 방문,부인인 박연신 여사와 가족을 위로했다. 손 회장도 지난 9일 구속 수감되면서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의 '파트너십 경영'은 SK그룹의 특징이니까 앞으로 그 제도는 계속 유효하다"고 말해 그룹 회장직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