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리 차별화로 신용위험 관리를..李根京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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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연이은 극심한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로 많은 기업과 금융회사가 도산하게 됐다.
기업의 과다한 부채, 금융회사의 과다한 신용공급이 도산의 원인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6년이 지난 현재 은행을 비롯한 대다수 금융회사의 건전성은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은행의 자산건전화 노력으로 99년말 13%를 웃돌던 부실채권 비율이 2003년 9월말 3%대로 낮아지고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0%를 상회함으로써 자본적정성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은행간 흡수합병을 통해 은행 대형화를 추진해 글로벌 뱅크로 성장할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고 인원감축 등을 통해 1인당 생산성도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2003년 들어 은행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우리 은행산업의 건전성에 대해 조심스러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1999~2003년 상반기중 기업 및 가계에 대한 신용공급은 약 3백43조원 증가했는데, 이는 1994~1997년중 4백30조원 증가에 비하면 다소 하회하는 수준이지만 총 신용공급의 약 85% 정도인 2백93조원이 은행을 통해 공급된 것으로 나타나 은행의 신용공급이 과다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은행의 신용공급 2백93조원은 가계부문에 1백81조원, 기업부문에 1백12조원이 공급됐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전 대기업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위기를 겪었던 은행이 중소기업 및 가계부문 대출을 증가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대출은 상당 부분이 최근 과잉투자로 수익성이 우려되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부동산임대업 등에 공급됐고,가계대출 역시 상환능력에 비해 과다 공급됨으로써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은행의 카드영업부문이 손실을 보이고 있고 은행이 대주주인 카드사의 손실도 결국 상당부분이 은행 부담으로 귀착될 것으로 보여 은행의 수익성 기반이 크게 잠식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볼 때 은행산업의 신용위험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은행 신용위험은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상당부분 줄어들 전망이지만,우리 은행산업의 수익구조나 자본구조, 리스크 관리 수준을 감안하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우선 수익구조는 아직 취약한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직원 1인당으로 보면 평균적으로 자산규모가 약 1백억원 수준이고, 영업이익이 약 3억원(총자산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인건비와 운영경비 약 1억4천만원과 대손충당금 1억원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약 6천만원(총자산의 0.6%)밖에 나지 않는다.
이 정도 수익성도 2002년 경제가 6% 이상 성장했을 때 나타난 수치이다.
신용위험 관리능력도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 예로 대출자산의 유동화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해 은행이 부실위험을 대부분 안고 있는 구조이다.
자본구조도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제외하면 위험발생시 활용할 수 있는 단순자기자본이 총자산대비 6%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신용위험이 커진 상태이고, 앞으로 당분간 구조적으로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은행과 감독당국 모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후순위채와 금융채에 의존한 지나친 외형경쟁을 삼가고,적어도 자기자본이 총자산의 8%가 될 때까지는 비이자수익을 늘리고 비용통제가 필요하다.
감독당국의 규제유예 기대가 불식돼야 강도 높은 위험관리가 가능하다.
감독당국은 자산건전성 규제를 더욱 정치화하고,은행도 자율적인 내부규제를 정비해 위험측정 및 관리능력을 높여야 한다.
은행은 부실채권뿐만 아니라 건전채권에 대해서도 위험을 등급화한 후 유동화를 통해 위험을 분리·이전하고 장단기 금리스와프, 도산위험스와프 등 파생상품시장을 더욱 개발해 위험관리를 고도화해야 한다.
또한 은행 신용위험의 70~80%를 차지하는 대출선의 도산위험을 경험적 확률을 토대로 금리차별화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는 은행과 그렇지 않은 은행간에 자산 및 수익 구조에서 차별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 금융시스템의 강건성은 더욱 제고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