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다시 본다] 인도 : (7) '떠오르는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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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뿌네.
인도 최대 그룹인 타타그룹의 자동차 공장이 있는 지역이다.
검은 연기가 곳곳에서 하늘로 치솟아 금방 공장 밀집지역임을 알 수 있다.
타타자동차 공장으로 난 도로 양편에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수㎞ 길이로 늘어 서 있다.
픽업차량을 타고 둘러본 타타자동차 생산라인은 첸나이의 현대자동차 공장에 전혀 손색이 없는 모습.
공장 안내를 맡은 나이크 부장은 "오일실과 가스켓을 빼고는 자동차 부품이 모두 국산(인도산)"이라며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공급하다보니 8백여개 하청업체들의 기술도 날로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가 IT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제조업 육성에 본격 나섰다.
중국에 이어 제2의 세계 공장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영국 지배에서 벗어난 이후 줄곧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했던 인도가 "잃어버린 50년을 되찾겠다"고 뒤늦게 발동을 건 것.
그 출발은 인도 중공업의 모태라 할 수있는 철강산업이다.
19세기가 마지막 황혼을 물들이고 있던 인도 잠세푸르 땅.
호랑이가 득실거리는 밀림에 타타그룹의 창시자 잠세트지 타타씨가 제철소를 짓겠다고 나설 때만 해도 주위에선 콧웃음만 터져나왔다.
당시 철도청장을 맡고 있던 영국인은 "이 땅에서 철강재가 생산된다면 당신들이 만든 철강재를 다 먹어버리겠다"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현재 타타제철은 이곳에서 세계에서 가장 싼 값으로 철강을 뽑아내고 있다.
철강산업 뿐만이 아니다.
석유화학, 제약, 섬유, 바이오테크(BT) 등에서도 인도 기업들은 이미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구매력을 갖추기 시작한 10억의 소비시장이 뒤를 받치고 있는데다 91년 경제개방 이후 다국적 기업들과의 생존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키운 덕분"(KOTRA 강석갑 뉴델리 무역관장)이다.
타타그룹과 쌍벽을 이루는 릴라이언스그룹.
38년전 실 장사로 출발한 이 그룹은 90년대 초반까지 만해도 평범한 섬유업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들어 연간 2천7백만t 규모의 석유정제 공장 등을 건설하고 2002년에는 국영석유화학업체(IPCL)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중국 시노펙, 대만 포모사에 이어 아시아 3위의 석유화학업체로 우뚝 일어섰다.
세계 2위 면화생산국(15% 비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섬유산업도 날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섬유산업이 인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
스카프 등 캐시미어 제품은 세계 여성들이 가장 받고싶어 하는 선물중 하나로 인기가 높다.
인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은 BT분야.
매년 70여만명씩 쏟아지는 석ㆍ박사 인력이 게놈밸리, 바이오밸리 등에 있는 2천5백여개의 제약회사에 들어가 세계 4위 수준의 의약품을 만들어 낸다.
지난 10여년간의 경제성장세를 타고 몸집이 불어난 거대 코끼리들은 10억 텃밭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 최대재벌인 릴라이언스와 타타그룹은 각각 미국의 텔레콤사 플래그와 한국의 대우상용차 인수에 나섰다.
타타그룹 본사인 봄베이하우스에서 만난 라비 칸트 사장은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중국 등지에서도 파트너를 물색 중"이라며 세계경영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인도기업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카본블랙 생산 세계 4위인 인도 비를라 그룹과 프랑스 미셰린사(세계 1위 타이어업체)간 일화는 인도 제조업의 '실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미셰린은 중국으로부터 투자요청을 받자 "비를라가 중국에 타이어의 핵심원료인 카본블랙 공장을 세우면 우리도 들어가겠다"고 답했다.
세계최고의 타이어회사가 인정할 정도로 비를라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제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25%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알 수있듯 인도가 세계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가 인도를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만큼 투자할 대상이 많기 때문이다.
인도 재계와 정부도 "10억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IT산업 만으론 부족하다"(수닐 칸트 문잘 인도경제인연합회 부회장)는 판단하에 제조업 육성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가 수입관세율을 25%에서 20%로 인하, 국내 제조업체들의 대외경쟁력을 촉진시킨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인도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기업들이 지금까지는 인도의 IT산업에만 관심을 보여왔지만 최근 몇년새 제조업 투자 의향을 밝혀오는 곳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3~4년이면 인도제조업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델리=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