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시장 대이동] 통신시장 '바꿔' 열풍

통신시장에 '바꿔' 열풍이 거세다. 올해 초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된 후 하루 1만명꼴로 가입 회사를 바꾸고 있다. 가입 회사를 변경하지 않더라도 번호가 좋은 골든번호를 차지하기 위해 통합번호인 '010'으로 바꾸는 가입자가 예상외로 많다. 지금까지 010 번호에 가입한 고객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단말기 교체 수요도 늘고 있다. 휴대폰 업체들은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을 계기로 카메라폰의 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유선전화 업계의 '바꿔' 열풍도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3월부터 대구 인천 등 대도시에도 시내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확대 적용되고 7월 부산, 8월에는 서울지역에서도 기존 번호를 유지한 채 가입 회사를 바꿀수 있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유선 가입자 2천3백만명의 대이동도 예상된다. 번호이동성 제도는 새해 벽두부터 침체돼 있던 이동전화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SK텔레콤 고객 13만5천여명이 KTF와 LG텔레콤으로 이동했다. 후발사업자들은 초반 대세몰이에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올해 SK텔레콤 고객 중 최소한 2백만명이 가입 회사를 바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010 번호는 뜻밖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초 전화번호가 바뀌는 불편 때문에 기존 고객 중에는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새해를 맞아 바꿔보자"는 고객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어차피 3년 후면 모든 휴대폰 전화번호가 010으로 통합되는 상황이어서 미리 바꾸면 원하는 번호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2007년 이전에 80% 이상의 이동전화 고객이 010 통합번호를 갖게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이동통신 '고객 대이동'에 단말기 업체들도 신이 났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휴대폰은 1천4백만대 수준으로 2002년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 그러나 올해는 번호이동성과 010 가입자 증가로 1천5백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업체들은 단말기 구입비를 지원하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카메라폰 등 고가 휴대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IMT-2000(W-CDMA)도 당초 기대보다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며 순항하고 있다. 현재 7백여명이 가입해 영상전화 등 첨단 서비스를 즐기고 있다. 유선시장도 대도시 지역의 번호이동이 가능해지는 3월부터 선발 통신업체와 후발 통신업체 사이에 치열한 고객 유치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발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은 KT에 비해 요금이 싼 상품을 준비해 놓고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