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서울대 방폐장'제안 참신했다 ..李榮善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민주화를 이루면서 우리 사회는 각종 이해집단들의 자기이득 추구에 따른 온갖 사회적 갈등에 시달려 왔다. 그 중에서도 원전 수거물 처리장의 설치 문제는 수 년째 해결하지 못한 채, 국가적 미결과제로 남아 있다. 우리가 경험한 부안군 위도의 원전 수거물 처리장 설치반대시위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보기 어려울 정도의 무질서와 폭력을 유발한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이었을 것이다. 며칠전 서울대 교수들이 원전 수거물 처리장을 서울대가 위치한 관악산에 유치하겠다는 제안을 들고 나왔다. 비록 대학본부의 검토 단계에서 그 제안이 유보될 수밖에 없어 아쉬웠으나, 그 제안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풀어 가는데 참신한 분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 우선 이 제안은 원전 수거물 처리장의 안전성을 확인시켜 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사실 대부분의 일반시민들은 원전 수거물 처리장이 인체에 크게 해로운 물질을 유발해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해독을 끼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제안에 참여한 많은 교수들이 직접 원자력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가들이고,그들 스스로 원전 수거물을 자신들의 주변에 놓고 살겠다고 자청하고 있으니, 그러한 제안 자체가 바로 이 원전 수거물 처리장의 안전성을 웅변으로 말해 주는 것이며, 일반시민들에게 좋은 교육 효과를 준다고 하겠다. 원전 수거물 처리장을 서울대 내에 설치할 경우 또 다른 이점은 처리장 설치 과정에서 처리장 주변 주민들을 무마하기 위해 소요될수도 있는 엄청난 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번 정부가 부안군 위도에 원전 수거물 처리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주민 개개인에게 일정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물의를 빚은 일조차 있었을 뿐 아니라, 그 지방의 사회간접자원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금액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 지방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지원금은 주민들에게는 큰 이득이 되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그 지원금이 크게 효율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판단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만일 원전 수거물 처리장을 서울대 내에 설치할 경우 정부는 서울대에 많은 금액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며, 이 지원금은 서울대로 하여금 원자력에 대한 연구는 물론 관련된 과학분야에서 획기적인 학술적 발전을 이룩해 우리나라의 학문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이러한 학문적인 발전은 궁극적으로는 우리 국가의 발전이며 나아가 국민 모두 그 혜택을 입게 될 것이다. 서울대 교수들의 제안이 보도되자 역시 님비현상은 재현됐다. 주변 주민을 의식한 관악구청이 왜 관할 구청과 의논도 하지 않고 그런 제안을 했느냐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번 제안은 어디까지나 제안이었다. 제안 단계에서부터 모든 관련기관들과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관련 구청이 연구검토 단계도 거치지 않은 채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번 제안이 현실적으로 성사되기에는 애당초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었는지 모른다.그러나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러한 전문가적 노력들이 그 시초부터 이해집단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절돼선 안될 것이다.관련된 정부기관의 의사결정권자는 논리적 설득과정과 적절한 타협과정이 진행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허용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은 오늘날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에너지 생산 방법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공해물질 또한 피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이를 적절히 관리해 나가야 할 뿐이다. 이를 관리해 감에 있어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갈등 또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풀어 나가야만 한다. 서울대 교수들의 이번 제안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는 발표와 함께 서울대 총장은 그 교수들의 실천적 시대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이제 이번 서울대 교수들의 이 제안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산적해 있는 사회적 갈등이 대화와 설득과 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에 의해 합리적으로 풀려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ys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