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현대인들 속내는 뭘까..고은주 신작 장편소설 '유리바다'

원조교제나 스와핑이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닌 요즈음 현대인들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저마다 대답이 다를 수 있겠지만 "사랑"이란 말속에 내재된 순수한 의미는 많이 퇴색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조건없이 한번쯤 운명적인 사랑에 몸을 내던지고 싶은 것이 현대인들의 숨겨진 욕구이기도 하다.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고은주(37)의 신작 장편소설 '유리바다'(이가서)는 약혼녀가 있는 한 남자에게 이끌려 단숨에 사랑에 빠져드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전체적으로는 연애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단순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사랑의 기본적인 속성인 소유에 대한 욕구가 생성되고 확장되는 과정을 통해 맹목적인 몰두와 광포한 집착이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지를 그려냈다. 방송작가인 '나'는 고교 동창인 유나의 결혼식에 갔다가 사진작가인 '그'를 만난다. 어릴 때부터 소유욕이 별로 없던 '나'였지만 '그'를 본 순간 강렬한 체취를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 그러나 '그'는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은 약혼녀가 있는 남자. '나'는 그의 모습을 담아두고 싶은 조바심에 카메라폰으로 '그'의 모습을 찍어 e메일로 전송한다. 만 하루가 지난 뒤 '그'는 놀랍게도 결혼식 때 찍은 '나'의 사진을 e메일로 보내온다. '나'는 오직 자신의 욕망과 몸이 솔직하게 원하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와의 사랑을 키워 나간다. 그러나 금지된 사랑을 향해 질주하던 '나'는 모든 것을 침몰시키고 마침내 자기 자신조차도 그 사랑에 함몰돼 버린 후에야 비로소 소유를 비롯한 모든 것들에서 자유로워진다. 소설은 뜻밖에 찾아온 사랑에 휩쓸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사랑이 갖고 있는 다양한 빛깔들을 생생하게 드러내 보인다. 작가는 "과거 오래도록 사랑의 추상성에 매달려 왔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랑의 구체성에 접근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