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로 본 부동산] 투자자들 "부동산 값 뛰나"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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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액면절하(디노미네이션)를 포함한 화폐제도 선진화 방안을 총선 이후 본격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화폐선진화 방안이 실현될 경우 부동산 등 현물자산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한국은행측은 디노미네이션 이후 부동산값이 뛸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는 근거없는 것이라고 일축하지만 한동안 잠잠하던 투자심리가 자극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부 투자자 지난해부터 '들썩'
부동산 컨설턴트들은 "정보력이 막강한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작년부터 화폐개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부동산 컨설턴트 K씨는 "작년 말 백화점 문화센터에 강의를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얘기를 들었다'며 디노미네이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투자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은의 입장 표명 이후 실제 신규 투자를 감행하는 고액 자산가들도 나타났다.
시중 A은행 프라이빗뱅킹(PB)팀 관계자는 "한 재미교포 고객이 미국에서 국제전화를 걸어와 '디노미네이션이 실시되면 부동산 가치가 올라갈테니 부동산을 사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은의 방침이 알려진 12일 이후 주요 부동산컨설팅 회사와 서울 강남권 일부 중개업소에 디노미네이션 이후의 시장 전망을 묻는 전화가 크게 늘었다.
◆화폐개혁이 부동산값 자극 우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고객들은 '화폐가치가 지금의 10분의 1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부동산값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때문에 부동산의 실제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게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실시됐던 화폐개혁의 경험 때문에 부유층을 중심으로 현금을 부동산으로 미리 바꿔놓으려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솔렉스플래닝의 장용성 사장은 "부자들은 옛돈을 새돈으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자산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부동산에 돈을 묻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거없는 경거망동' 경고
이에 대해 한은측은 "일부 부유층의 최근 움직임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반응이다.
정민교 발권정책팀장은 "과거 유로화 통합으로 디노미네이션이 일어났던 유럽국가에서도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일은 없었다"며 "더군다나 앞으로 수년의 시간이 걸릴 사안이기 때문에 이같은 움직임은 전혀 근거없는 기대에 의한 지나친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