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다시 본다] 인도 : (8) '야심만만한 대기업들'

"인도경제는 이제 막 시작단계(take off stage)에 들어섰어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10년까지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인도의 미래는 그만큼 낙관적입니다." 인도 재계 서열 1위인 릴라이언스 그룹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46). 한국경제신문 인도특별취재팀은 인도의 민간 경제계를 취재하기 위개 뭄바이에 있는 '디루바이 암바니 기술센터'를 찾아가 한국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암바니 회장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인도 경제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 보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2천달러(현재 4백50달러)에 도달할 날도 멀지 않았으며, 10∼15년 후에는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4위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낙관적 전망은 인도가 중국과 더불어 인구가 10억이 넘는 대국이라는 점과 탄탄한 기초과학,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등 신기술 분야의 인력이 뒷받침된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릴라이언스 그룹의 창업주 고(故) 디루바이 암바니 회장의 장남인 그는 이공계 출신이다. 뭄바이대에서 화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2년 7월 선친의 뒤를 이어 회장에 취임해 동생 아닐 암바니 부회장과 함께 2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인도 재계 주변에서는 암바니 회장이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항상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gut'(배짱있는)와 'hands-on'(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정신은 평생을 모험심으로 살았던 부친을 빼닮았다는 평가다. 인도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만큼 그의 경영은 대단히 공격적이다. "릴라이언스는 미래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입니다. 또 소비자의 마음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실제로 그는 GSM(유럽형)방식 단말기가 주류였던 인도 이동통신시장에서 과감하게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을 채택, 기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는 등 탁월한 경영감각을 발휘했다. 암바니 회장은 "소비자들이 단순한 통화서비스를 넘어 영화나 비행기 티켓 구입 등 토털서비스를 원할 것이라고 믿었으며, CDMA기술만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당시 결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동통신을 그룹의 주력으로 삼아 계속해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인도의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수는 현재 2천만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2∼3년안에 가입자수가 최소 1억명에 달하고, 릴라이언스는 이중 3분의 1인 3천5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한국과의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인도의 기업인들은 한국기업을 존경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한테서 한국기업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어 기자를 상대로 '인도 세일즈'에 나섰다. "인도는 구매력이나 GDP에서 최대 마켓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국기업들에 인도는 분명 기회의 땅이 될 거예요." 릴라이언스 그룹은 이미 한국기업과 많은 거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으로부터 휴대폰 단말기를 공급받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한국의 SK와 자일렌 생산용 촉매조달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릴라이언스는 석유화학과 IT 정유 통신쪽 사업이 주력인 만큼 이런 분야에서 기회가 있고, 가격이 적절하다면 언제든지 투자할 용의가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의 휴대폰 단말기 파트너와는 향후 10년 이상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돈은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암바니 회장 형제는 인도에서도 손꼽히는 백만장자다. 총 재산 2천3백60억 루피(약 5조9천억원)로 한 일간지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인도 억만장자(billionaire) 리스트의 톱에 올라 있다. 지난해 그가 받은 연봉만도 1억2천만 루피(약 30억원)에 달한다. 인도에도 정부ㆍ재계간 갈등이 심각한지 궁금했다. 하지만 암바니 회장은 "90년대초 경제개혁 이후 기업과 정부가 분리됐다"는 말로 일축했다. 그는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이며, 사기업은 자기원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가 기업을 도울지언정 간섭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뭄바이=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