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혁신의 현장] (8) FAG베어링코리아‥'멀티플레이어 경영'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FAG베어링코리아 전주공장. 연간 6천만개의 베어링을 제조하는 이 곳의 생산직 인원은 1백30명에 불과하다. 24시간 3교대 근무시스템을 감안하면 실제 작업인원은 단 40여명인 셈이다. 소수인원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비결은 생산라인의 재설계와 다기능 생산직의 확보. 실제로 베어링 생산을 위한 연삭(그라인딩) 공정에서는 직원 1명이 최대 20대의 설비가동을 책임지고 있다. 5대 설비로 구성된 원형의 셀(cell)단위 작업구조를 1자 라인으로 바꾸고 1자 라인의 설비를 마주보도록 두 겹으로 설치한 뒤 생산직을 가운데 배치한 것. 한 명이 관리하는 설비가 순식간에 10대로 증가했다. 회사는 직원들의 숙련도가 높아지자 5대의 1자 라인을 10대로 늘려 20대까지 관리토록 했다. 라인 바깥에 배치된 '트러블 슈터(trouble shooterㆍ문제해결사)'는 효율적인 설비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5분 대기조'의 역할을 맡는다. 설비가 고장나거나 공정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라인에 긴급 투입시켜 전체 조립라인의 흐름에 차질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주임무. 안사근 생산혁신팀장은 "40개가 넘는 조립설비라인에는 5명이, 최종 검사단계에서는 불과 3명만이 투입된다"며 "각 공정과 설비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다능공(多能工)' 시스템이 이같은 고효율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 1인당 순익 3년새에 12배 증가 이 공장의 설비개선팀은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휴일이 가장 바쁘다. 효율적인 생산라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설비를 개조하기 위해서다. 설비의 작동스위치를 작업자 편의에 맞춰 재설치하고 설비의 이상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각종 계량기를 작업자가 쉽게 판별할 수 있는 위치에 조정하는 작업이 이들의 주임무. 이 회사 설비개선팀 인원만 40명으로 1교대 생산라인 근무자와 맞먹는다. 설비를 'A'급 수준으로 유지 관리하는 것 역시 직원들의 기본 임무. 공장장부터 말단직원까지 관리담당 설비가 지정된 '마이 머신(My Machine)제도'를 도입하고 매주 목요일에는 공장장도 설비청소를 직접 해야 한다. 점검소홀로 운전 중 고장이 나거나 작업이 지체될 경우 징계사유에 해당된다. 이 결과 설비에서 흘러나오는 오일로 흥건하던 바닥이 깔끔히 정리되고 설비고장이 제로수준을 기록하면서 설비가동률이 급상승했고 생산량이 급증했다. FAG베어링코리아 전주공장의 1인당 매출액은 2000년 2억8백만원에서 2002년 2억9천2백만원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 1인당 순이익은 2000년 3백만원 손실에서 2002년에는 3천6백만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12배 이상 뛰어올랐다. 뿐만 아니라 이 공장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독일 FAG그룹의 34개 해외생산공장 중 생산성 1위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 사업장으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독일 FAG그룹 본사 감사팀은 매년 전 세계 공장을 돌며 생산성을 평가, 감사가 끝남과 동시에 리얼타임으로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해 12월 제일 마지막으로 감사팀의 방문을 받은 전주공장은 1백점 만점에 97점을 획득,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 '333' 성과보상 시스템 FAG베어링코리아는 설비 가동률의 증가와 생산사이클의 단축, 생산인원의 감소에 따른 노동강도의 증가를 철저한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보상하고 있다. FAG그룹 차원에서는 최우수 사업장에 대해 2만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전 종업원에게 1일 휴무를 실시토록 하고 있다. 전주공장은 이와 별도로 직원과 회사, 주주가 매년 목표초과이익의 30%씩 나눠갖는 '333'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올해도 2백%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이익배분을 정례화시킴으로써 '선(先)성과 후(後) 보상'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것. 또 테마개선활동과 설비관리, 제안성과, 팀단위 생산성 향상프로그램 도입 등 다양한 주제별로 보상체계를 마련,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2002년 총 제안건수만 7천3백건이 넘으며 제안효과에 따른 재무성과만 42억8천만원에 달했다. 전주공장이 이에 따라 지급한 포상금만 연 8억2천만원에 이르며 복리후생비도 연 12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김재규 공장장은 "직원 1인당 지급한 포상금과 복리후생비만 연간 8백만원이 넘는다"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정년을 55세에서 58세로 연장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전주=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