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파트 환경기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가보면 누구나 반한다. 신소재로 갓시공한 바닥과 벽이 눈부실 만큼 깔끔하고 산뜻한 데다 반짝거리는 최신형 가구,화려한 조명등까지 모든 게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러나 제아무리 그럴싸한 곳도 조금만 지나면 시장통 옷가게나 이불가게를 돌아볼 때처럼 눈 코가 맵고 머리 아프고 심하면 속도 메슥거린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도 비슷한 증상을 겪는 일이 잦다. 괜스레 머리가 묵직하고 기침이 나거나 눈이나 코에 염증이 생기고 온 몸에 반점이 생기는 게 그것이다. 이른바 '새집 증후군'이다. 마냥 기분 좋아야 할 새 아파트에서 이런 고통을 겪는 건 마감재와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탓으로 여겨진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란 대기에 있는 유기화합물의 총칭.3백여종 가운데 포름알데히드(HCHO)와 벤젠 톨루엔 클로로포름 아세톤 스틸렌 등이 대표적인 물질로 꼽힌다. 바닥재 벽지 방음재 단열재 타일 페인트 접착제 등에 두루 포함돼 있는데 신축 후 6개월 때 가장 많이 방출되고 5년이 지나도 나온다고 한다. 실제 신축아파트 거실의 포름알데히드 농도를 쟀더니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3배에 달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실내에선 오염물질이 폐에 전달될 확률이 실외에서보다 1천배 이상 높아 실내 오염을 20%만 줄여도 급성기관지 질환 사망률을 4∼8%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대한주택공사가 '실내 마감재 오염물질 방출기준'을 마련,올해 발주분부터 적용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벽지 바닥재 석고보드 페인트 접착제 등 5가지 마감재에 대해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허용기준을 정한 뒤 점차 확대한다는 것이다. 5월부터는 시공사가 입주 전 VOC 농도를 알려줘야 하는 '다중시설의 실내공기 관리법'이 시행되고,이에 앞서 페인트업체들은 자발적으로 유기화합물 함량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공기청정기를 놓고,문을 자주 열면 좀 낫다지만 처음 공사 때부터 위해물질을 덜쓰는데 비할 순 없을 것이다. 정말 위험한 건 핵 방사능이나 농약노출 식품이 아니라 '의료 및 집안 사고와 실내공기 오염'이라는 말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