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갈선생' 4000회 돌파 축하합니다] 장석주 <시인>

한국경제신문에 연재되는 인기 시사만화 '소오갈 선생'이 오늘로 4천회를 맞았다. 1991년 연재를 시작한 '소오갈 선생'은 그동안 촌철살인의 시사평으로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다. '소오갈 선생'의 주인공인 안백룡 화백의 소감과 시인 정석주씨의 축하글,동료 화백들의 축하 메시지를 싣는다. -------------------------------------------------------------- 일간지 시사만화는 짧은 시간 안에 네 칸 프레임 속에 당대 문제에 대한 비판적 통찰과 아이디어를 아날로그적인 선(線)으로 구체화해내는 작업이다. 더구나 초를 다투는 시간의 압박감 속에서 번개처럼 빠른 손으로 마무리지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시사만화는 네 칸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즐거운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네 칸 프레임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을 감싸는 테두리이며 동시대의 정신적 풍경을 엿보는 창이다. 시사만화는 나날의 복잡함에 핵심을 꿰뚫는 단순성으로 대응하는데 그 단순성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만화의 미덕이다. 현실은 살아 생동하는 생물과 같은 것이니 현실이 품고 있는 문제들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화한다. 어쩌면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세상은 세상에 대한 하나의 희화(戱畵)'일지도 모른다. '소오갈 선생'은 분화하는 현실의 문제들을 꿰뚫어보며 펜촉으로 일그러진 현실 속에서 이종교배(異種交配)하며 증식하는 '희화'를 콕콕 찍어낸다. 안경을 끼고 있는 '소오갈 선생'은 현실의 저변을 종횡으로 누빈다. 그는 실업,물가,불경기,명퇴,노사문제,파병,주5일근무,태풍,추석 등 당대의 다양한 현안들을 두루 다루지만 비판의 칼날을 가장 많이 겨누는 게 정치판이다. 개개의 삶에 대한 규정력의 크기로 볼 때 정치는 그 어떤 것보다 크다. 따라서 그 정치의 옳고 그름을 살피고 '촌철살인'의 비판을 담아내는 것은 시사만화의 숭고한 책무에 해당한다. 우리 정치는 기업에서 빼앗은 불법자금과 혈세로 제 권한을 키우고 정치의 장(場)에 요구되는 윤리는 줄이며 판돈 독식하기라는 더러운 게임의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그 폐해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서민들의 아드레날린 분비를 자극한다. 그러므로 밉살스런 짓거리만 골라 하는 정치판을 향한 '소오갈 선생'의 비판은 몇 번을 들여다봐도 정당하다.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은 '후진 정치'를 향해 일갈하는 '소오갈 선생'을 통해 대리만족의 쾌감을 맛본다. 아이디어의 반짝임들,현실을 가로지르는 상상력의 경쾌한 행보,그리고 어눌한 선이 비판의 팽창을 능히 감당해내면서 날카로운 도덕적 환기력을 낳는다는 점에서 '소오갈 선생'은 '예술'이라는 명칭에 부끄럽지 않다. kafkajs@hanam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