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남편' 살해 아내 집유 석방 ‥ 살인사건 이례적 판결

20여년간 계속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끝내 남편을 살해하고만 아내를 법원이 형무소 대신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남태)는 15일 가정폭력을 휘둘러온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모씨(46)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형 집행을 5년간 유예했다. 살인 피고인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재판부로서는 최대한의 관용 처분을 내린 셈이다. 검찰은 노씨에 대해 지난해 10월 바깥에서 술을 마신 채 귀가한 뒤 가족들에게 '다 죽여버리겠다'며 흉기를 휘두르던 남편 최모씨(당시 52ㆍ음식점 운전사)를 흉기로 찌르고 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 결과는 매우 중하나 범행동기 및 과정에 참작할 바가 있으며 피해자의 유족이기도 한 피고인의 딸들이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피고인이 범행 후 이를 신고했으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초범으로 20여년간 피해자의 잦은 폭행으로 인해 피고인은 물론 두 딸도 상처를 입고, 특히 피고인은 한쪽 귀의 청력을 잃어버리는 등 피해자의 폭행과 협박으로 인해 수많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당해오면서도 가정을 지켰다"며 "인간 생명이 존귀하기는 하나 사회의 기본 구조인 가정 역시 존중되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피고인은 가해자지만 피해자"라면서 "피고인의 딸들이 법정에서 진술한 가정폭력 피해 등을 고려해 피고인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