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자) 갈수록 심화되는 제조업 공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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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의 해외 직접투자가 외국인 국내투자를 3년 연속 웃돈 것은 산업공동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에 다름아니다.
가뜩이나 실업문제가 심각한 판에 있는 기업마저 줄줄이 빠져나가니 정말 예삿일이 아니다.
임금이 저렴하고 노사분규가 없는 나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 경쟁력이 향상되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만큼 기업 엑소더스는 결코 강제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99년 3억달러대에 그쳤던 대 중국투자가 작년엔 2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폭증한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제조업 공동화는 실업문제 악화,내수부진,성장 둔화로 이어지면서 경제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마련이다.때문에 기업 엑소더스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와 고질적 노사분규 등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집단이기주의를 타파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근로조건이나 임금 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대기업노조가 전체 근로자를 위해 스스로 절제하고 양보하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우리는 정부가 도덕적 요구만 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정책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임금인상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국민과 근로자들에게 솔직히 호소하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적정 임금인상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생산성 향상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생산성 향상분 만큼을 모두 기존 근로자들이 가져갈 것이 아니라 이중 일부는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몫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렇게 하면 워크 셰어링 등의 형태로 일자리를 확대하거나 근로자 해고를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노사정위원회의 역할도 더없이 중요하다. 노사정위는 일자리 창출의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감안해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임금인상,고용확대,기업투자 분위기 조성 문제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합리적 타협안을 도출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들이 속속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데도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노사분규나 벌이는 것은 우둔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근로자 개개인의 복지는 물론 기업 및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필수 요건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사가 한 마음이 돼 매진하는 일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