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후 주식투자전략] 그냥 가지고 갈까…모두 털고 갈까


주식시장과 설날 연휴는 표면적으로는 큰 연관성이 없다.


연휴동안 휴장한다는 것 빼고는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투자자에겐 사정이 다르다.


자금흐름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연휴동안 선물비나 세뱃돈 등 크든 작든 돈이 필요하다.
또 연휴를 앞두고 보너스를 지급하는 기업도 많다.


그래서 설 연휴를 앞두고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기도 하고 연휴 후에는 신규자금이 유입되기도 한다.


투자하는 사람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주식을 팔고 명절을 맞을 것인지, 아니면 들고 갈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는 증시환경이 중요한 고려 요소이며 특히 자금동향을 잘 살펴야 한다.


지난 2000년 이후 설 연휴를 전후한 10일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한 해는 2003년밖에 없다.
다른 해에는 모두 강세로 전환됐다.


연휴기간 미국증시가 강세를 보인데다 신규자금 유입효과가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올해에는 설 연휴이후 주식시장이 강세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환경이 어느 때보다 좋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올들어 11일 동안 약 3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불과 열흘 사이에 작년 한햇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물량(14조6천억원어치)의 20% 가까운 주식을 쓸어담았다.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미국경제의 흐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국은 달러약세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약세는 채권시장 참여자를 주식시장으로 불러내고 있다.


또 달러표시자산이 대체투자 상품을 찾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식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흘러들어 오고 있는 것도 달러자산의 재분배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외국인이 쉽사리 매도로 전환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근모 부사장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상반기 중 1000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또 기업들이 어닝시즌을 맞아 잇따라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것도 호재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이 분기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 포스코 등의 실적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더구나 올해 1분기 실적도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작년 말에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중국의 투자가 달아오르고 있다.


수출지향적인 한국기업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경제환경을 맞고 있다는 평이다.


이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상반기중 1000선 돌파를 예상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올해에는 기업들도 주총을 앞두고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40%대를 웃돌고 있어 이같은 흐름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고배당 등 주주가치 증대 방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이들의 요구에 적절히 부응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기업들 스스로도 시장의 화두가 돼 있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유구조를 변화시키거나 투명경영을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이 나온다면 시장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같은 요소를 감안하면 굳이 설날 전에 주식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들의 자금이 좀처럼 시장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게 부담스럽다.


사실 예년의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지금 수준 정도로 오르면 증시가 왁자지껄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차분하다 못해 가라앉아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외국인만이 주식을 마구 거둬들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설이 지난다고 해도 신규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에 별 무게를 두지 않는 시각도 많다.


또 불안한 환율도 문제다.


달러 약세기조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던 만큼 앞으로 기조가 바뀌어 원화약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될 경우 외국인의 자금이탈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최소한 매수강도가 약해질 것은 분명하다.


한ㆍ미관계 같은 대외변수도 관심거리다.


외교부장관의 문책인사로 인해 한ㆍ미관계의 갈등이 불거질 경우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세계경제의 흐름에서 볼 때 최소한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팔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외국계 자금이 한국이라는 특정시장에 매력을 느껴서 유입된게 아니라 달러자산의 재분배 과정에서 한국 주식을 매수한 것이기 때문(이근모 부사장)"이다.


설날 연휴이후 주가가 일시적 조정을 거치든 그렇지 않든 상승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강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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