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지분 급증 기업 주총 '비상'
입력
수정
2001년 7월 태광산업 임시주총장.
당시 태광산업 주식 3만2천3백30주(2.92%)를 갖고 있던 홍콩계 오버룩인베스트먼트는 회사측의 낮은 배당성향과 계열사 부당 지원을 문제삼았다.
회사의 순이익이나 20만원을 넘는 주가에 비해 주주배당이 턱없이 적다는 것.
전체 지분의 70% 이상을 갖고 있던 대주주측 주장대로 안건이 관철되기는 했지만 태광산업은 이 일로 큰 홍역을 치렀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태광산업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지난해 실적이 크게 좋아지고 외국인 지분이 급증한 기업들은 외국인 주주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 주총 대비책을 세워라
대한해운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초 0.3%에서 연말 48%까지 치솟았다.
5% 이상 주요주주는 JF애셋매니지먼트와 노르웨이계 해운사인 골라LNG 등 2개사다.
특히 회사측은 골라LNG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해 긴장하고 있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외국인 비중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에 따라 올 주주총회에 대비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세우는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해운측은 일단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과 실적 전망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관련 자료를 준비 중이다.
대한해운 이진방 사장은 "실적이 크게 좋아지고 외국인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배당을 계획하고 있다"며 "외국인 주주들에게 앞으로의 배당계획과 함께 향후실적 목표 등을 알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한해운뿐만 아니다.
외국인 지분이 지난해 급증한 영원무역 부산은행 현대미포조선 한진해운 한화석유화학 등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지배구조 문제도 관심사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올해 주총의 최대 이슈로 M&A(기업 인수ㆍ합병)와 지배구조 관련 문제를 꼽고 있다.
지배구조 논란에서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비화했던 SK와 소버린자산운용의 지분 경쟁이 대표적 사례.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연대, 혹은 국내 기관의 의결권 참여 등도 예상되고 있다.
소버린측은 소액주주와 연대를 밝히는가 하면 현대엘리베이터 등도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주총장에서 세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 배당 낮은 기업이 주타깃
외국인들이 주총에서 보이는 가장 큰 관심은 배당이다.
외국인이 대주주나 최대주주로 부상한 회사는 예외없이 배당이 크게 늘어났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와 관련한 문의는 배당 요구에 대한 대처 방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적이 좋아졌으나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이 주타깃이 될 수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