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ㆍ경영학 교수 '경제 시국선언'] "한국 성장동력 죽어가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경제ㆍ경영학 교수 4백여명이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성명서를 발표, 현 상황을 경제리더십 실종과 기업들의 의욕 추락에 따른 위기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구체적 행동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죽어가고 빈곤층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리더십은 우왕좌왕, 인기영합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병주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성명서를 발표한 직후 서명에 참여한 학자들을 대표,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성명은 철저하게 비정치적인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 개입을 중단하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도록 하는 게 우리들의 목표"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제자들이 졸업을 하고도 취업을 못하는게 가슴 아파 나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올해 경제운용 방향과 관련해서는 "2만달러 달성, 동북아 허브 등 구호는 요란하지만 문제는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정책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김 교수 외에 김석준 이화여대 교수(행정학회장), 유장희 이화여대 교수(경제학회장), 이영선 연세대 교수, 이우용 서강대 교수(경영학회장),이재웅 성균관대 교수, 이천표 서울대 교수, 최운열 서강대 교수(금융학회장) 등이 참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요 내용. -성명을 내게 된 배경은. "1997년 외환위기 때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경제ㆍ경영학자들은 뭘 했나'라는 질책이 많았다. 지금 경제가 그때 못지 않게 어려운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섰다. 특히 제자들이 졸업 이후 취업을 못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교수성명은 매우 이례적인데. "미국에서는 노벨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경제 현안에 대해 성명을 내는게 관례화돼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인기영합주의 정책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가.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신용불량자의 부채탕감 가능성 등을 흘리는게 대표적 예다." -'액티브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예컨대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민 대토론회'를 열어 정부를 압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는 철저하게 비정치적인 것이다. 그러나 의견이 계속 무시되면 우리도 조직화될 수 있다." -교수들의 반응은 어떤가. "지난 15일부터 서명을 받기 시작해 현재까지 총 4백11명이 참여했다. 대단히 빠른 속도다. 현 경제상황과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방증이다. 최소 1천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본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