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관리 재경부에 못넘긴다" ‥ 한은 '외자관리원' 구상

한국은행이 재정경제부가 설립키로 한 '한국투자공사(KIC)'를 겨냥한 '대항마' 성격의 '외자관리원(가칭)'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돼 주목을 모은다.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외환보유액 운용 전문기구를 만들어 'KIC' 설립 취지를 희석시키고, 지나치게 수익성 위주로 흐를 수 있는 외환보유액 관리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재경부가 다음달중 싱가포르 투자청(GIC)을 방문하는 등 KIC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한은이 별도 기구 설립을 구상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올 신년 업무보고때 외환보유액 운용인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한 KIC 대응방안이 보고됐으나 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박승 총재의 지시로 별도 조직 신설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맞불작전에 나선 한국은행 현재 한은에서 외환보유액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곳은 '외화자금국'. 외환보유액의 규모가 커지면서 '외화자금과'에서 '외화자금실'로 확대된 뒤 지난 98년에는 '국(局)'으로 승격됐다. 최근에는 외환보유액이 더욱 커져 어떤 방식으로든 조직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게 한은 내부의 시각이다. 게다가 지난해 재경부가 외환보유액중 2백억달러가량을 떼내 KIC를 설립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외환보유액 운용의 주도권이 장기적으로 재경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증폭됐다. 지난 99년 말 7백41억달러이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부터 증가속도가 빨라져 이달 15일 현재 1천5백67억3천만달러로 불어났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이 급증하면서 유지 비용(통안증권 이자부담 등)에 비해 수익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런 지적은 KIC 설립의 주요 근거가 됐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외환보유액은 꾸준히 수익을 올려 왔다"며 "그동안의 운용 노하우를 살리기 위해서는 별도 기구를 설립해서라도 외환보유액 운용을 한은이 맡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KIC와 충돌 가능성 외자관리원이 외환보유액을 재원으로 수익을 올리는 조직이라는 점에서는 KIC와 기본 얼개가 동일하다. 따라서 한은의 의도대로 외자관리원이 설립될 경우 KIC와의 경쟁이 불가피해 추진과정에서 재경부와 불협화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톱 클래스'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계획도 '노조 반발'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외부전문가 수혈의 필요성은 그동안에도 꾸준히 제기됐지만 한은 직원과의 공평성이 항상 걸림돌로 작용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한은 집행부의 소극성이 외자관리원 설립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