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심청 공원
입력
수정
오스트리아에 가보면 놀랍다.
빈은 물론 잘츠부르크에서도 어딜 가나 모차르트를 들먹인다.
태어난 곳,하숙집,자주 들르던 식당ㆍ카페,연주장 등 어느 한 군데 관광지 아닌 곳이 없다.
위대한 예술가의 자취는 이처럼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거니와 문학작품의 고향 또한 마찬가지다.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곳은 몽땅 명소다.
국내에서도 고전의 지역적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시 푸퉈취(普陀區)에 효녀 심청을 기리는 공원이 생긴다는 소식이다.
푸퉈취엔 심씨 집성촌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청전'과 유사한 '심청고사'가 전해지는데 이에 따라 구내에 조성할 공원에 심청원을 건립한다는 것이다.
심청고사는 백제사람 원량(元良)의 딸 원홍장(元洪庄)이 눈먼 아비를 위해 부처님께 자신을 바쳤다가 진(晉)나라 상인 심국공의 부인이 돼 '심청'으로 개명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 심청전의 원전으로 여겨지는 전남 곡성군 관음사 연기설화나 백매선사가 영조 3년(1729)에 썼다는 관음사 사적기와 거의 흡사하다.
백제 고이왕 때 장님의 딸로 태어나 16세 때 스님을 따라나선 것까진 같다.
단 연기설화에선 갯가에서 만난 중국사신들이 황후감이라며 금은보화를 주고 데려간 뒤 진(晉)혜제의 왕비가 되고,사적기에선 당시 국내에서 철광석을 수입하던 난징 상인에게 팔려간 것으로 돼 있는 정도만 다른데 심청고사는 후자에 가까운 셈이다.
전남 곡성군에선 이같은 자료에 근거해 심청의 고향을 찾은 결과 송정마을 공방산 아래 당시 무릉도원 자리와 그 아래 도화천,옥녀탕,철을 주조했던 터가 있음을 확인,군내 송정리를 심청의 고향으로 보고 2000년부터 매년 10월 심청축제를 펼치고 송정리에 심청 테마마을을 조성하는 등 심청사업을 펼치고 있다.
푸퉈취의 심청공원 건립도 그동안 곡성군과의 문화교류 결과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고전의 고향이나 배경을 찾아 관광명소화하는 일의 필요성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곡성군과 중국에서 함께 효녀 심청의 자취를 새긴다는 건 뜻깊다 싶지만 보다 중요한 건 심청이 백제 사람임과 효의 의미를 널리 알리는 것일 터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