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정책 '보전'서 '개발'로 선회] 잇따른 토지규제 완화 왜 나왔나


정부의 국토정책 기조가 '보존 우선'에서 '개발 우선'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정부 고위 관료들의 토지규제 완화 발언 대상이 그동안 성역(聖域)으로까지 여겨져 온 농지, 자연보전권역 등으로 확대되는 등 정부의 의지가 여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이같은 정책 변화에 대해 찬ㆍ반 양론으로 나뉘고 있어 정책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토지규제 완화 배경 무엇인가
정부는 올해 경제 운용의 최우선 과제로 정한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 투자의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토지에 대한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토지 관련 규제를 제로 베이스(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가용토지 공급을 확대해 개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농촌문제를 해결하고 주5일 근무제 확산 등에 대비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농지의 소유 및 이용에 대한 규제를 풀고(허상만 농림부 장관), 관광ㆍ휴양시설 부지 확보를 위해 자연보전권역 입지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김진표 경제부총리)는 발언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규제 완화 범위는
농지의 경우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 범위 내에서 소유 제한을 완화하고, 농업진흥지역 밖에 있는 농지는 소유 및 이용 제한이 동시에 완화될 전망이다.


농림부는 이를 위해 다음달 중 세부적인 농지제도 개선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또 관리지역(옛 준농림ㆍ준도시지역)의 경우 보전ㆍ생산ㆍ계획관리지역으로 세분화할 때 아파트 및 공장 등으로 개발이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을 최대한 늘리고 토지적성평가 지침을 개정해 개발 수요를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가운데 보전이 필요 없는 지역을 조속히 해제해 개발용도로 적극 활용하고, 자연보전권역의 경우 개발가능 면적(현행 6만㎡ 미만) 범위를 확대해 대규모 관광ㆍ휴양시설이 들어서기 쉽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입지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수도권 투자 애로 해소를 위해 성장관리권역 내 첨단 업종의 공장 증설 기준을 개선하고 수도권 관리전문위원회를 중심으로 '계획적 관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게 정부의 복안이다.



◆ 문제는 없나


이처럼 토지이용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경우 국토의 상당수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선계획-후개발'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개발 민원이 밀려들 경우 인ㆍ허가와 관리ㆍ감독을 맡고 있는 일선 지자체들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규제 완화를 틈탄 부동산 투기와 정책 집행 과정에서 불거질 사회적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이 주택시장을 빠져 나와 토지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마저 완화되면 '땅값 대란'이 불을 보듯 뻔한 데다 환경ㆍ시민단체와 정부 간 갈등도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토지규제 완화의 가장 큰 수혜지역은 결국 수도권으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사전 준비와 신중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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