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화 유예 추진 ‥ 쌀시장 개방 협상 어떻게 되나

오는 4월말부터 본격화될 쌀 시장 개방협상은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안개속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 무역의 기본틀을 새롭게 짜는 도하개발아젠다(DDA)의 협상 결과에 따라 가장 유리한 쪽으로 쌀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정작 DDA 협상은 윤곽조차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마저 DDA 협상을 서두르기 위해 농산물 수출국들에 농업보조금 감축 등의 획기적인 양보안을 제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쌀 협상이 한국에 매우 불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 DDA 진행상황이 '복병' 정부는 일단 쌀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쪽으로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에 공식 통보했다. 그러나 쌀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한국에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기준이 되는 DDA는 지난해 9월 칸쿤협상 결렬 이후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오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비공식 통상장관 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논의가 진척될 가능성은 낮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WTO는 2005년 이후 각국의 쌀 관세율에 대한 기준과 예외인정 여부를 DDA에서 정하도록 규정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향후 쌀 관세율이 어떻게 바뀔지 짐작조차 힘든 상황에서 관세화 유예기간 연장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DDA 협상진행 결과에 따라 정부의 쌀 협상안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첩첩산중 '안개속 협상' 정부는 DDA의 기본골격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정부안을 마련할 경우 나중에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구체적인 협상안은 되도록 늦게 확정할 방침이다. WTO 회원국들이 DDA 협상에서 쌀 관세율을 어떤 방식으로 낮춰갈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국이 쌀 관세화를 이미 채택했더라면 다른 회원국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었겠지만 관세화 유예조치를 적용받은 이상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DDA협상 진행 상황을 최대한 봐가며 정부 협상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1994년 타결된 UR협정은 국내 쌀 도매가격과 수입쌀 가격을 기준으로 차액에 해당하는 관세(한국은 관세율 4백40%선)의 90% 미만에서 2005년 이후 관세율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농민 손실보전도 쉽지 않을 듯 정부는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시 농민들이 입는 손실을 보전해줄 방침이지만 DDA협상 결과에 따라 보조금 지원 가능액도 달라질 수 밖에 없어 고심하고 있다. WTO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 1조4천9백억원의 농업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고, 이중 95%가 쌀값 지원에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경태 농림부 농업협상과장은 "1995년 UR타결 이후 선진국은 6년동안 농업보조금을 20%, 개발도상국은 13.3% 감축하도록 돼 있었다"며 "그러나 DDA에서는 보조금을 더 줄이도록 원칙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쌀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허용대상(그린박스)으로 인정받는다는 방침이지만 협상대상국들의 태도가 완강한 것으로 알려져 난항이 예상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