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탈(脫) 왜색 화투

명절때면 으레 등장하는게 화투놀이다. 화투에 대해서는 찬반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는 있지만 화투가 전국민이 즐기는 놀이로 자리매김된 것은 분명하다. 국민 70%가 화투를 즐긴다는 여론조사가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혹자는 화투를 퇴폐적인 망국병이라고 비판하지만, 화투야말로 가장 민주적인 룰을 가지고 있고 오락문화의 창의성을 상징한다는 예찬론자들도 많다. 긴장감 해소에 도움이 되고 대화가 불편한 사람들과 속 터놓고 얘기하기는 그만이라고도 한다. '작은 담요 위의 인생상담소'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만은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화투의 유래는 어떠한가. 정확한 설은 없지만 일본에서 19세기 초에 완성돼 19세기 말 대마도 상인들에 의해 우리 땅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화투는 노름으로 크게 유행했었는데, 일제 강점기 후반과 광복후 몇년 동안은 왜색이 짙다해서 항일ㆍ반일의 상징으로 배척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화투는 놀이방법의 하나로 1960년대 고스톱이 개발되면서 열풍처럼 번져갔다. 특히 고스톱은 대통령을 빗대고 어지러운 사회상황을 풍자하는 변형 고스톱이 유행되면서 그 재미를 더해갔다. 일반 서민들의 카타르시스 구실을 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재미'와 '도박'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화투가 왜색이라며 우리식 화투를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한민족정신연합회가 사용을 권장하는 '개벽화투'에는 광(光)표기 대신 태극문양을 그려 넣었고 벚꽃은 진달래로 매조는 까치로 대체했다. 문양도 바꾸고 도쿠가와 이에야스 대신 황진이를 등장시켰다. 온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는 설날이다. 오랜만에 만나 친목 화투를 치며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화투는 서양의 포커처럼 침묵속에서 하는 놀이가 아닌 한국특유의 정서가 배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장치기나 비석차기 땅따먹기 등의 전통놀이로 어른 아이 모두가 함께 즐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른들은 화투치고, 부인들은 부엌 설거지에 매달리고, 아이들은 컴퓨터 오락에 빠져 있다면 명절의 의미가 퇴색될 것 같아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