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역병의 시대?

인류 역사에는 역병(疫病), 즉 악성 전염병으로 인한 재앙의 기록이 여러 차례 있다. 대표적인 것이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중세유럽의 몰락을 앞당긴 흑사병(페스트)이다. 당시 원인을 몰라 "유태인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는 선동이 일면서 유태인 1백여만명이 학살당했다. 19세기 말 루이 파스퇴르가 페스트균을 발견하기 전까지 한때 개와 고양이가 옮긴다 하여 마구 도살해 오히려 주범인 쥐가 더 번식하게 만드는 우(愚)를 범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역병의 시대인가. 사스 살인독감에다 조류독감 광우병까지…. 자연을 거스른 인간에 대한 징벌이 아니냐는 걱정들이다. 국내에선 괜찮다던 조류독감이 태국에선 사망자를 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시아 전체를 조류독감 위험지역으로 분류했다. 설 귀성객들이 돌아오면서 방역당국이 바빠졌다. 유독 유태인들이 페스트에 잘 걸리지 않았던 이유(청결한 생활을 강조한 성서의 영향)는 지금도 되새길 만하다. 1월도 벌써 마지막 주다. 연휴 동안 다행히 큰 사건ㆍ사고는 없었다. 맹추위도 한풀 꺾인다고 한다. 하지만 식탁 위에 올릴 먹거리는 여전히 불안하다. 27일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와 관련한 한ㆍ미 고위급 회담도 지켜봐야겠다. 먹거리만큼이나 농업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쌀시장 개방 재협상에다 칠레 상원이 한ㆍ칠레 FTA(자유무역협정)를 만장일치로 비준해 새삼 우리 국회가 주목받게 됐다. 다음달 9일 비준안 재의결을 앞두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다. 금융시장에선 환율과 코스닥시장이 주목된다. 정부의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과 역외 NDF(차액결제선물환) 규제로 인해 환율이 어디로 튈지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코스닥지수는 26일부터 10배(445.7) 크게 거래된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느냐'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투명한 시장으로 새출발 하기를 기대해 본다. 통계청이 30일 내놓는 '12월 산업활동동향'에선 작년 경제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27,28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선 금리동결이 예상되지만, 그 발표문을 올해 미국 경제와 연계해 꼼꼼하게 읽어보길 권한다. 정치권에선 공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주말께로 예정된 차관급 4∼5명 경질인사도 이와 무관치 않다. 총선 출마여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현재로서는'이란 단서를 붙여 출마할 생각이 없단다.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다. "거짓말쟁이에게 주어지는 최대의 벌은 그가 진실을 말할 때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