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참여복지 '어떻게'가 없다

나랏님이 커다란 찐빵을 내렸다. '앙꼬' 맛을 아는 백성들은 앞다퉈 빵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참을 파고들어가자 이런 푯말이 나타났다. '앙꼬까지 백리.' 전래 유머 한 토막이다. 최근 정부가 쏟아내는 복지정책들은 옛 유머를 떠올리게 한다. '실행'은 요원한 채 국민들의 기대만 한껏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심의된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은 6백여쪽의 방대한 계획서다. 대선 공약은 물론 그 동안 정부가 내놓은 각종 정책을 망라했다. 눈에 띄는 내용도 있다. 육아휴직 때 매달 통상임금의 40%(현재 기준 56만원선으로 추산) 정도를 지급한다거나 사회보장비를 늘려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를 50만명가량 많은 1백80만명선으로 확대한다는 것 등이다. 올 들어 굵직굵직한 복지정책들도 잇달아 발표됐다. 아동수당 지원,출산 축하수당,정년 연장 등이다. 정책이 시행되는 2008년 한국은 온통 '장밋빛'일 것 같다. 문제는 '실천방안'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에만 1조원가량이,2007년 도입 예정인 공적요양제도에 2조원 이상이 매년 투입돼야 한다는 관측이다. 두번째 이하 자녀들에게 월 5만∼7만원씩 지원하는 데도 많은 재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정책들 어디에도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없다. '○○년 중 재원조달 모형 마련' 정도가 고작이다. 장관 브리핑에서도 유관 부처가 유기적으로 '큰 틀'을 합의해냈다는 의미 부여부터 앞서고 있다. 재원 부분에 대해선 "예산 관련 부처가 적극 지원 방침을 밝혔다"는 정도다. 따라서 그 부담은 세금 인상이나 기업 전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경영자총협회가 육아휴직 급여 인상에 반발했던 것도 이 같은 우려에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총선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책은 시급하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지금 소외계층과 극빈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은 절실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솔깃한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펼쳐 놓기보다 하나하나 착실하게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발표만 요란하고 실현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요즘 유행어처럼 소외계층을 '두번 죽이는' 일이 될 게 뻔하다. 김혜수 사회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