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자녀 서울대입학 '사교육의 힘'..저소득층보다 진학률 16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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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소득이 높고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서울대학 입학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이 저소득층에 비해 무려 16배나 높게 나타나 부모의 사교육비 지원 여력 등 경제적인 능력이 자녀의 서울대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고교평준화 정책에 상관없이 강남 8학군 등 서울지역 학생의 서울대 입학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계속 높게 나타났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김광억 교수 연구팀은 25일 1970학년도부터 지난해까지 34년간 서울대 사회대 9개 학과 입학생 1만2천5백38명의 인적사항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교 평준화가 도입된 80년대 이후에도 서울과 강남 출신 수험생의 서울대 입학률은 전국 평균의 각각 약 1.5배와 2.5배에 달하고,광역시 출신의 입학률도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등 도농(都農)간 입학률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논술고사가 도입된 86년과 수능이 시작된 94년,학생부가 도입된 97년 등 입시제도가 변화한 해에 서울과 강남 수험생의 서울대 입학률이 일시 하락했으나 이듬해 회복됐다.
이는 서울지역 학생들이 1년만 지나도 사교육 등을 통해 새 제도에 쉽게 적응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부모가 많이 배우고 잘 살수록 자녀의 서울대 합격률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부급 회사원,전문직 등 고소득 아버지를 둔 수험생의 입학률은 기타 그룹보다 약 16배 높았고 대졸 아버지를 둔 수험생의 입학률은 고졸 아버지를 둔 수험생보다 85년 2.4배,2000년 3.9배 높았다.
특히 최근 그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
연구팀은 소득 격차에 의한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이같은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업주부 어머니를 둔 수험생의 서울대 입학률이 취업주부 어머니를 둔 수험생보다 3배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연구팀 김광억 교수(인류학과)는 "정부가 지난 30년간 평준화,쉬운 입시문제 출제 등 저소득층 위주로 교육정책을 바꾸었으나 정부 의도와 달리 고소득 고학력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며 "이는 사교육의 적응력이 정책을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평준화로 인해 학교에서 우수학생만 차별적으로 교육할 수 없게 돼 저소득층 학생의 서울대 진학은 더욱 어렵게 됐고 쉬운 입시문제를 출제하다 보니 사교육과 반복학습으로 무장한 부유층 학생들이 크게 유리해졌다"고 해석했다.
한편 강남 출신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에도 서울의 다른 지역 학생보다 대학성적이 평균 0.12점 높았고 다른 지역보다는 0.24∼0.27점이나 더 높은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 학생의 성적이 일반고 출신보다 평균 0.13점 높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