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회장 "한국은 규제 백화점".. CEO포럼 강연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26일 "(국제 경제무대에서) '전투'는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전쟁'의 큰 방향을 지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백화점식의 기업 규제부터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회장은 이날 한국산업기술재단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포럼에서 "경영에 관한 세부적인 문제는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큰 틀에서 정책을 다뤄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사전 규제방식을 사후 규제로 전환해 기업이 시장에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 과정에서 위법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심판자 역할만 담당하면 된다"며 정부의 역할 변신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또 "사외이사제도 출자총액제한 집단소송제 등 한국은 '기업 규제 백화점'"이라며 "규제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정부가 민간을 이끌어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지도의식이 아직 잔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정부 조직은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제 선진국과 비교할 때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다"며 "부처간 중복 규제와 '제도 만능주의'도 이 같은 비대한 정부 조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노사 문제와 관련,"대기업 노조들의 기득권 보호로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희생당하는 근로조건의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며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등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대항권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이 제대로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선 계층간 갈등 조정 등 사회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며 "국가 지도층이 '적 아니면 동지'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나와 '다른'것을 인정할 수 있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