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자) 기술혁신, 기업의욕 살려야 가능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3개 부처 장관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장들과 만나 어떻게 하면 기술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신산업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던 3개 부처가 공동으로 나섰다는 것도 그렇고,경제계와 기술혁신을 주제로 한 정책간담회가 흔치 않은 일이란 점에서도 의미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술혁신을 제1의 성장전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경제계와의 모임은 자주 할수록 좋다고 본다.기술혁신이 궁극적으로 기업에 달린 문제이고 보면 기술혁신을 하는데 걸림돌이 무엇인지 수시로 파악하는 것이 모든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국가혁신체제 개편,차세대 성장동력,연구개발성과 실용화,창의적 인력활용 등 여러가지 정책 방안들을 정부가 내놨다. 디지털 TV 등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에 총 1조74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핵심연구인력 1만명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또 기업이 과학기술 전공자를 채용할 경우 인건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고 '과학기술전공자 채용목표제' 도입을 신중히 검토키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것으로 기술혁신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부의 연구개발투자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이를 지렛대로 민간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이다. 핵심연구인력도 1만명이란 숫자보다 어떻게 하면 기업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우수인력을 길러낼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기업이 과학기술 전공자 채용시 6개월간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기업의 기술인력 수요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단기적 실업대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 과학기술전공자 채용목표제 또한 민간기업에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란 점에서 이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 한마디로 기업의 연구개발투자 확대와 기술인력 수요에 정책의 성패가 달렸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의 기술혁신 의욕을 북돋우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일찍이 슘페터는 기술혁신은 혁신적 기업가의 공급량에 달렸고,혁신적 기업가의 공급량은 정치ㆍ사회ㆍ심리적 분위기에 달렸다고 하지 않았는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반기업정서가 팽배하고,규제와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분위기라면 기술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정책간담회가 기술혁신을 부추기는 분위기 조성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