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ㆍ한림원 공동 '제조업 위기와 기술력' 토론회

'제5회 한경.공학한림원 원탁토론회'가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이기준) 공동 주최로 최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렸다. '제조업 위기,기술력이 대안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기술력은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이 아니다"며 "시장원리에 의한 기업 지원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의 주제 발표에 이어 박황호 현대자동차 사장,변대규 휴맥스 사장,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홍완기 HJC 회장이 토론을 벌였다. [ 주제발표 ]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제조업 위기 해결을 위해 기술력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며 기업 성장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을 다시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87년부터 지속된 GDP(국내총생산) 증가율 하락과 함께 최근들어 기업의 설비투자는 물론 유형자산의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 제조업 신설법인은 2002년 1월 이후 줄곧 줄어들고 있으며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는 90년에 비해 88만개나 감소했다. 이같은 제조업 위기의 첫번째 원인으로는 30대 그룹 규제,노사문제 등 기업의 역동성을 죽이는 경영환경을 꼽을 수 있다. 더불어 나눠먹기식 R&D(연구개발) 지원정책,양적 성장에 치우친 이공계 인력육성책 등으로 인한 기술 향상의 부진이 또다른 원인이다. 한국 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해선 잘하는 기업이 더욱 많은 지원을 받고 우수한 R&D 성과를 낸 곳이 투자 배분에서 혜택받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 토론내용 ] ◆박황호 현대자동차 사장=가능성 있는 기술,그리고 제대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을 중점 지원해야 한다. 대기업이 성공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기술을 개발하면 중소기업들이 이를 공유하는 협업적 기업 환경을 정착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값싼 노동력과 기술력으로 성장해 왔으나 이제는 생산성마저 자동차의 경우 미국의 60%대에 그칠 정도로 추락한 상태다. 제도와 인프라는 쫓아가지 못하는데 사회의 분배정책이 너무 급속하게 추진되는 감이 있다. ◆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기술이 있어도 최종적으로는 생산이 뒤따라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이같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노사문제 등으로 경영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기업을 제대로 성장시킬 수 없다. 연구개발에 있어선 평가제도에 문제가 많다. 많은 지원을 했는데도 연구 결과물은 리포트 한장에 불과했던 경험이 있다. 근본적으로는 교육시스템 개혁이 시급하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기술혁신은 중요하다. 기술과 제조를 결합한 산업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의 원동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 마케팅을 결합한 업체는 여전히 성장할 수 있다. 기업의 기술투자가 부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지금까지는 간단한 설비나 공정기술 개발에만 주력했으나 이제는 원천기술 개발이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에 R&D 비용의 10%를 연구성과 평가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홍완기 HJC 회장='아직도 제조업을 하는가' 하는 자조적인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국제 경진대회에서 1위를 하고 돌아와도 환영은 커녕 관심조차 끌지못하는 게 현실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사업 여건 측면에서는 각종 규제가 더 완화돼야 한다. 공장용지 가격을 내리고 용지를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시설 인력 등에 대한 혜택을 제공,기업 유치에 노력해야 한다. 정리=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