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춘투패턴 바뀐다.. "임금보다 고용안정이 우선"

'춘투'(춘계생활급 투쟁)로 상징돼 온 일본의 임금협상 패턴이 달라졌다. 기본급 인상 등 급여액수 조정이 최대 쟁점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고용안정,근로시간 단축 등 생활의 질을 염두에 둔 '탈(脫)임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기업간 격차를 인정해 동일한 내용의 협상 카드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상급 노동단체의 결속력이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본 최상위 노조단체인 렌고(전일본민간노동조합연합회)의 사사모리 기요시 회장은 지난 16일 2004년 춘투개시를 선언하면서 "기업들의 수익회복은 근로자들의 희생 위에 얻어진 것이라며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렌고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본급 인상을 내걸지 않았으며,정기승급 확보를 실질적인 방어선으로 설정했다. 물가하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본급 인상 요구가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단렌(일본 경제단체연합회)은 금년 춘투에서 기본급 동결은 물론이고 한 걸음 더 나가 정기승급 폐지 및 축소를 통한 실질 임금삭감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임금투쟁은 이제 끝났다"며 임금협상의 최우선 과제를 '고용 유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히타치 소니 등 전자업계 노조는 현행 수준의 임금 유지와 함께 근로여건 등 생활의 질 보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물론 렌고 등 노동 단체가 임금삭감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태다. 사사모리 회장은 "근로자들의 희생에 걸맞은 대가가 돌아와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으나,재계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노사 양측은 29일 최고 대표자회담을 갖고 상호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