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원은 '파리 목숨' ‥ 툭하면 '물갈이'…넉달만에 下車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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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주의'와 '세대교체'.
올해 은행권 인사의 특징이 이 두 가지 키워드로 모아지고 있다.
실적평가에 따라 임기나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중도 퇴임하는 임원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40대 부행장의 등장이 잇따르고 있는 것.
이런 추세는 아직 임원인사를 실시하지 않은 우리ㆍ하나ㆍ한미은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 올해는 유례없는 '물갈이 인사'가 실시될 전망이다.
◆ 평균 재임기간은 22개월 =지난 27일까지 국민 신한 조흥 등 3개 시중은행이 임원인사를 마쳤다.
외국계인 제일은행과 외환은행도 임원인사를 마무리했으므로 은행권의 올해 임원인사는 중반을 넘어섰다.
가장 큰 특징은 단명 임원이 많다는 것.
3개 시중은행에서 물러난 임원 13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22개월에 불과했다.
그나마 지난 2000년부터 46개월 동안 장수하다가 총선출마를 위해 퇴임한 김성철 국민은행 부행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12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20개월에 그쳤다.
특히 작년 8월 선임된 원문상 이재준 조흥은행 부행장은 4개월 만에 중도퇴진했다.
또 정진백 국민은행 부행장은 5개월 만에, 이시영 부행장은 10개월 만에 각각 하차했다.
제일은행의 심학용 부행장은 연초 시무식에서 전격적으로 퇴임 통보를 받고 고문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임원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임원목숨이 '파리목숨'이 된 것은 실적주의 인사열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력을 발휘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않고 중간에 갈아치우는 것은 단기업적주의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 신임 임원은 50세 전후 =3개 시중은행에서 새로 임원이 된 10명의 평균 나이는 51.3세.
이증락 이상진 국민은행 부행장은 40대다.
1940년대에 태어난 사람 중에서는 임원 승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40년대 생들은 부서장 인사에서도 대부분 '조사역' 등 후선으로 물러났다.
은행이 완전 '전후세대'로 물갈이되고 있는 셈이다.
발탁인사 바람은 직원인사에서도 거세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부서장 평균연령이 52세에서 50.5세로 낮아졌다.
과장 승진자 중 25%는 여성이 차지하기도 했다.
◆ 다른 은행에도 영향 미칠듯 =아직 임원인사를 실시하지 않은 시중은행은 우리·하나ㆍ한미은행 등 세 곳.
이 중 우리은행이 초미의 관심사다.
이덕훈 행장을 비롯 대부분 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데다 다른 은행과 달리 집행임원도 3년씩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우리은행 임원은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편이다.
이 덕분에 조직의 안정을 꾀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변화의 바람을 비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