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총선에 '올인'하나] (1) '무너지는 시장원리'

청와대와 정부가 오는 4월15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경제정책을 표심(票心)잡기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연일 발표되는 정책들중 상당수가 '선심성이 짙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다 핵심 경제부처의 장ㆍ차관들이 이번 선거판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범 여권의 '올인(all-in)식 선거전략'이 경제논리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수시장의 극심한 침체와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가 정치논리에 휘말릴 경우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 '선거전(前)고용 최대한 늘려라'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들은 다음달 5일 합동채용 공고를 내고 2천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13개 공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불러모아 신입사원을 3월께로 앞당겨 한꺼번에 채용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2월초 채용공고가 나가면 최종 합격자는 총선전에 판가름난다. 통상적으로 상반기 신입사원을 뽑는 시기가 5월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은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8만개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조만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자리의 대부분이 임시직이거나 연수ㆍ직업훈련 프로그램 성격이 강한 것들이어서 선거가 끝난 뒤 사라질 일회성 대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재정ㆍ세제지원 장기효과는 미지수 정부는 이공계 대학 졸업자 가운데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기업에는 6개월간 한 사람당 60만원의 보조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고용을 추가로 늘리는 기업에는 한 사람당 1백만원의 특별세액공제 혜택을 줘 청년층의 고용 확대를 유도키로 했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은 근로자에게 기업이 줘야 하는 임금의 일부분을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의 보조금 지급기간과 세액공제 혜택이 그리 많지 않아 기업들이 채용을 어느 정도 늘릴 것인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고령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해 출산 축하금으로 20만원을 지급하고 월 5만∼7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방향은 옳지만 재정측면을 고려하지 않은채 총선용으로 급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젊은층의 출산기피 현상에 따른 인구감소 우려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복지확대 정책으로 볼 수 있으나 향후 재정운용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 규제완화ㆍ조세감면 부작용도 농림부가 농업진흥지역 밖에 있는 농지에 대한 소유 및 이용 규제를 완화하고 서울 및 경기도가 그린벨트를 확대하거나 신도시(뉴타운)를 짓겠다는 계획은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정부는 여러가지 법들에 산재해 있는 토지규제를 합리화하고 지역개발을 체계적으로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대부분 계획들이 발표돼 선심 의혹을 사고 있다. 토지 규제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지역구 민원이 봇물처럼 쏟아질 가능성도 높다. 고령자와 퇴직자 저축상품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골프장ㆍ경마장ㆍ경륜장에 부과하는 특별소비세 등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선거를 앞두고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