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만들자] 2부 : (5ㆍ끝) 일자리 나누기 왜 힘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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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노사정위원회가 실업난 극복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유한킴벌리의 일나누기(work-sharing)를 다른 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일나누기란 본질적으로 임금을 깎든 근로시간을 줄이든간에 근로자를 현재보다 많이 채용하는 것인데 기업입장에선 부담을 느낄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나누기를 위해 근로자를 채용했다가 나중에 기업이 어려워져 구조조정을 할때는 곤혹을 치를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추가로 채용을 하지 않아도 무리없이 일을 할수 있는데 임금을 스스로 동결 또는 자제하면서까지 일나누기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한킴벌리 처럼 임금도 제대로 주면서 근로자채용을 늘리는 것은 특이한 케이스이지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2-3년전쯤 유한킴벌리 사례를 구체적으로 연구해 다른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도록 대대적으로 홍보하려했으나 성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결국 포기했다가 이번에 다시 검토중이다.
유길상 노동연구원박사는 "유한킴벌리가 근로자채용을 계속 늘릴수 있었던 것은 사업이 번창했기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거나 시장상황이 안좋은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파워가 강한 유럽에서도 민간기업의 일자리나누기가 성공하는 예는 많지않다.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사용자와 정부가 고용창출에 나설 것을 약속하는 사회적 합의를 체결하고 있으나 실행과정에서 의견차이를 보여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96년과 98년 독일 금속노조가 주도한 "노사정 일자리 연대"는 노동계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정부와 사용자가 고용창출에 나설 것을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아 결국 일자리창출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네덜란드노사가 지난 82년 노동계의 임금인상자제와 사용자의 고용기회확대등을 내용하는 바세나르협약을 체결,경제회복과 함께 일자리를 창출해 낸 것은 마이너스 경제성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빚어낸 결과다.
이같은 사회적 협약보다는 시장원리를 따르는 영.미형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일자리창출에는 크게 성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지난 2001년 현재 일자리가 25년전보다 45%나 창출된데 반해 EU국가들은 4%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실업률도 지난 2001년 기준으로 미국과 영국이 각각 4.8%로 독일(8.0%),프랑스(8.8%)보다 훨씬 낮았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