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세계의 지붕'에서 하얀 드라마를 쓴다

해발 60m에서 8천8백48m까지. 네팔의 지형은 드라마틱하다. 표고차로만 치면 천당과 지옥이 공존한다. 대부분은 높은 편이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고산지대가 80%를 웃돈다. 북쪽 국경을 이루고 있는 8백km의 네팔히말라야 산줄기가 네팔의 높이를 상징한다. 히말라야 거대 산줄기중 가장 장엄하다는 네팔히말라야에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버티고 있다. 8천m급 고봉 14좌중 8개도 에베레스트와 어깨를 견주며 그 큰 품을 펼치고 있다. 에베레스트, 칸첸중가, 안나푸르나…. 네팔히말라야의 이들 영봉은 늘 도전의 대상이었다. 산에 대한 애정과 꺾이지 않는 의지만으로, 산이 거기 있어 오르는 진정한 알피니스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에베레스트가 세계 최고봉으로 확인된지 1백년만인 1953년, 영국 원정대의 힐러리와 셀파 텐징이 그 정수리를 눈으로 확인하는 등 정상의 빗장이 풀리지 않은 곳은 없다. 네팔히말라야의 영봉들은 그러나 여전히 마지막 남은 순수와 신비의 영역으로서의 고고한 광채를 잃지 않고 있다. 그것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네팔을 향해, 히말라야의 품 깊은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전문산악인이 아니어도 좋다. 산을 사랑하고 걷는데 불편이 없으면 누구나 따라 나설수 있다. 일반인들을 위한 트레킹 코스가 그만큼 많이 잘 나 있다. 대표적인게 안나푸르나 푼힐코스다. 산스크리트어로 '풍요의 여신'이란 뜻의 안나푸르나(8천91m)는 8천m급 고봉중 최초로 등정된 산이어서 '프레미어 8천m'로도 불린다. 산행을 시작해 이틀이면 안나푸르나와 다울라기리 산군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고,트레킹 최종 도달점인 푼힐의 높이가 해발 3천3백m여서 심한 고소증에 시달릴 염려가 없다. 트레킹중 산간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장점. 네팔 제2의 도시인 포카라에서 출발, 나야풀∼비레탄티∼고레파니∼푼힐을 거쳐 간드록∼란드록∼담푸스로 하산한다. 트레커들의 해맞이로 유명한 푼힐에서의 전망이 으뜸으로 꼽힌다. 아침 햇살을 받아 붉게 타오르는 히말라야 영봉의 장엄한 풍광이 말문을 닫히게 만든다. 고라파니에서 간드롱으로 향하다 첫번째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푼힐 전망대에서와 비슷한 풍광을 볼 수 있다. 일반인을 위한 푼힐코스 여정은 대개 9∼12일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안나푸르나 남면 벽의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도 잘 알려져 있다. 푼힐코스에서와 같이 물고기 꼬리란 의미의 미봉 마차푸차레를 비롯 히운출리, 안나푸르나 등의 빼어난 전경을 여러 방향에서 보고 가슴에 담아올수 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코스도 많이 찾는다. 최고봉 에베레스트 품으로 들어가는 코스로 보통 16일 일정으로 떠난다. 트레킹은 에베레스트의 관문인 루클라에서 시작, 파그팅마∼조사레∼남체∼푼기텡가∼탱보체∼페리체∼투클라∼로부체∼고락세프로 이어진다. 초모랑마를 시작으로 로체, 마칼루, 초오유 등 8천m급 고봉과 연이어진 크고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시원스런 경관을 연출한다. 남체는 교통의 요지. 토요일마다 서는 장을 구경할만 하다. 인근 각지에서 조랑말과 등짐으로 실어 나른 물건들이 이채롭다. 다만 트레킹을 시작하고 며칠만에 4천m 높이에 도달하기 때문에 고소적응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트레킹을 마친 다음 카트만두와 포카라를 둘러본다. 카트만두에는 네팔 최대의 힌두사원인 파슈파티나트가 있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는 힌두교인들의 장례식 모습을 볼 수 있다. 스와얌부나트는 네팔에서 제일 오래된 사원으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각양각색의 탑이 네팔 불교미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흰 돔의 사원 꼭대기에는 황금빛 탑이 서 있다. 이 탑에는 네팔을 지켜보는 듯한 거대한 눈이 그려져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출발점인 포카라는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눈덮인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와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는 페와호수의 정경이 네팔 여행길의 여운을 길게 남겨 준다. ----------------------------------------------------------------- 네팔의 정식 국명은 네팔왕국이다. 남으로 인도, 북으로 중국(티베트)과 접경하고 있는 내륙국가이다. 한반도의 3분의 2 크기인 국토는 동서 8백85km, 남북 1백45~2백41km로 길게 누워 있는 형태다. 수도는 카트만두(해발 1천3백50m). 인구는 2천2백만명으로 90%가 힌두교도이다. 소수민족이 61개를 헤아린다. 공용어인 네팔어 외에 70여개의 소수부족어가 있다. 여행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2백여명의 교민이 살고 있다. 비원, 서울아리랑, 소풍, 도날드치킨, 짱(게스트하우스 겸) 등의 한인식당이 있다. 한인 리조트호텔인 쿠시쿠시도 운영 중이다. 한국보다 3시간15분 늦다. 통화단위는 루피. 환율은 미화 1달러에 73루피 정도 한다. 한화로는 1루피에 17원 안팎. 미국 달러화가 통용되며 인도루피화는 별도의 환전없이 바로 쓸 수 있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9~5월. 트레킹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고산병을 주의해야 하며 트레킹시 심한 일교차에도 대비해야 한다. 선블록크림 필수. 네팔행 직항노선은 아직 없다. 방콕이나 홍콩, 상하이 등지를 거쳐 들어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로열네팔항공(02-2648-8848)과 연결되어 있으며, 타이항공은 방콕경유시에만 이용가능하다. 명예 네팔영사관(02-555-9040)에서 비자를 발급받는다. 네팔의 관문인 카트만두 트리부반국제공항(여권, 사진 1장)에서도 비자를 받을수 있다. 하나투어(1577-1212)는 '네팔 안나푸르나 로얄트레킹 9일' 여행을 안내한다. 트레킹시 한국인 안내경험이 많은 셀파와 요리사가 동행, 한식을 만들어 준다. 7ㆍ21일, 3월6ㆍ20일 출발한다. 1인당 1백90만원. 히말라야여행사(02-732-8848)는 매주 토요일 출발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12일'(2백25만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16일'(2백55만원) 등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 (02)730-4845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