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땅'이야기] <25> 원래부터 좋은땅은 없다
입력
수정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가면 산속에 작은 산장 하나가 있다.
집 옆으로 맑은 계곡이 흐르는 전망좋은 집이다.
그러나 산장 주인이 이 땅을 처음 살 때만 해도 잡풀과 잡목이 우거진 볼품없는 곳이었다.
그림같은 계곡은 그때만 해도 도랑 수준이었다.
산장 주인은 이 땅을 사서 가장 먼저 도랑을 정비했다.
주변의 잡풀을 베어낸 뒤 물길을 잡아줬다.
흙들이 저절로 씻겨 내려가고 돌들이 드러났다.
그러자 도랑은 순식간에 아름다운 계곡으로 바뀌었다.
잡목들은 주변 지형에 맞춰 살릴 것은 살리고 베어낼 것은 과감하게 베어냈다.
그리고 나서 길을 내고 산장을 지었다.
이 산장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주변에 이런 좋은 땅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땅을 소개해주면 하나같이 사지는 않는다.
산장 주인이 소개해주는 땅은 가꾸면 좋아지는 땅이다.
그러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은 현재 모습에 실망해서 발길을 돌린다.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 살고 있는 노인 K씨는 좋은 땅을 만들어 돈을 버는 사람이다.
그는 주로 맹지를 산다.
길이 없는 맹지이니 땅값은 싸다.
그러나 맹지를 살 때 반드시 진입로 개설이 가능한 땅을 고른다.
까다롭지 않은 지주들은 선뜻 자신의 땅을 진입로로 판다.
그런 다음에는 그 곳에 집을 짓고 살면서 자신이 산 땅을 아름답게 꾸민다.
진입로에 나무도 심고,도랑은 정비해 맑은 물이 흐르게 하고,제멋대로 자란 나무들 중 불필요한 것은 잘라내고 정원수로 쓸 것은 그대로 살린다.
나중에는 1억원 안팎의 이익을 붙여서 판다.
K씨는 이런식으로 집을 3채나 매매했다.
땅을 보러 다니는 초보자는 대부분 그림같은 땅을 원한다.
뒤에는 산이,앞에는 냇물이,그리고 집 옆으로는 계곡 하나쯤이 있는 그런 땅을 찾으러 다닌다.
초보 투자자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
그러나 원래부터 좋은 땅은 드물다.
그런 땅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임자가 있거나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
하지만 지금은 볼품없는 땅이지만 화장하면 좋아지는 땅은 얼마든지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도움말:진명기 JMK플래닝 대표 (02)2040-6781